영화-음악 복제물 대량유통… 웹하드업체 19곳 압수수색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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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매출규모 상위권 대상… 헤비업로더와 유착 조사

지난달 개봉한 영화 ‘블랙 스완’은 주인공 내털리 포트먼의 오스카 여우주연상 수상으로 유명세를 타며 극장가에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지금도 상영 중이지만 이미 인터넷 웹하드에는 불법 복제한 동영상이 올라 하루 수천 건씩 다운로드가 이뤄지고 있다. 150∼200원이면 자막까지 있는 ‘블랙 스완’ 한 편을 다운로드할 수 있기 때문. 최근엔 스마트폰이 급속하게 보급되면서 영화를 유료 앱 형태로 내려받을 수 있는 신종 불법 복제물도 등장했다.

불법 복제 영화·음악 유통이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불법 복제물의 온상인 웹하드 업체에 대해 검찰이 대대적인 수사에 나섰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부장 김영대)는 웹사이트를 통해 불법 복제 영화·음악을 대량으로 유통시키고 있는 웹하드업체 W사 등 19곳을 압수수색했다고 25일 밝혔다. 검찰은 22∼24일 사흘 동안 수사관과 문화체육관광부 소속 특별사법경찰관 등 30여 명을 이들 업체 사무실로 보내 회계장부와 운영서버,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했다. 일부 업체는 이미 저작권위반 방조 혐의로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도 있다.

압수수색 대상 업체들은 국내 200여 개 웹하드 업체 가운데 매출 규모나 헤비업로더, 일반회원 규모 면에서 상위권에 속한다. 이 중에는 헤비업로더 한 명이 한 달 동안 영화파일 6000개를 게시하거나 회원 수가 400만 명 이상, 압수물 분량이 1000TB(테라바이트)에 이르는 곳도 있었다. 1000TB는 누리꾼들이 인터넷에서 내려받아 보는 일반 영화 100만 개를 담을 수 있는 양이다.

검찰은 이번 수사를 통해 상습적으로 불법 복제물을 게시하는 헤비업로더와 이를 방조하는 웹하드 업체의 유착 관계를 파헤칠 계획이다. 검찰은 일부 웹하드 업체가 헤비업로더들에게 광고비 명목으로 거액을 주고 콘텐츠 불법 유통을 조장하거나 이들이 형사처벌을 받게 되면 벌금을 대납해주는 등 조직적으로 불법 행위를 저질러온 단서를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저작권보호센터의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2009년 기준 불법 저작물로 인한 합법 시장의 피해 규모는 2조2497억 원으로 이는 합법 시장 전체(8조1508억 원)의 21.6%에 이른다. 특히 온라인에서 유통되는 전체 불법 복제물의 32.5%가 웹하드에서 유통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 수사는 불법 저작물이 인터넷에서 광범위하게 유통되는 현실을 바로잡아 문화콘텐츠산업이 위축되지 않도록 하는 데 목적이 있다”며 “범죄수익금은 전액 몰수·추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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