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재래시장 상인들만 남구 주민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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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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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 입점 반대에 주민들 뿔났다
남구청 “소상인 피해” 입점 막아… 주민들 “이해못할 행정” 반발
숭의운동장 재개발 사업 난항

축구전용구장을 짓고 있는 숭의운동장 도시재생사업. 2008년 철거된 숭의운동장 일대에 2012년까지 2만 석 규모의 축구전용구장을 건설하고, 2013년까지 750여 채의 아파트와 주상복합건물, 상업시설을 짓는다. 김영국 동아닷컴 객원기자 press82@donga.com
축구전용구장을 짓고 있는 숭의운동장 도시재생사업. 2008년 철거된 숭의운동장 일대에 2012년까지 2만 석 규모의 축구전용구장을 건설하고, 2013년까지 750여 채의 아파트와 주상복합건물, 상업시설을 짓는다. 김영국 동아닷컴 객원기자 press82@donga.com
“재래시장 상인들만 남구 주민입니까. 회사원, 주부 등 숭의운동장 인근에 사는 주민들은 동네 앞에 대형 마트가 들어오는 것을 원합니다.”

29일 오후 인천 남구 숭의동 광해 리드빌 아파트 주차장. 이 아파트 주민들에게 길 건너편에 들어서려는 대형마트의 입점을 남구가 행정력을 동원해 막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자 “이해할 수 없는 행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민 최성호 씨(40)는 “구청장이 시장 상인 몇 명의 눈치를 보면서 대다수 주민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듣지 못하고 있다”며 “주변에 물건 살 곳이 없어 멀리 떨어져 있는 용현시장이나 다른 구에 있는 대형마트를 이용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주부 정모 씨(36)도 “집 앞에 들어오는 대형마트를 구가 반대하다는 소식을 듣고 황당했다”며 “시는 숭의운동장 재개발이 구도심권의 핵심이라고 떠들고 있는데, 구는 공사가 한창인 시설을 내쫓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숭의운동장과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는 중구 도원동 주민들도 주거환경 개선과 생활편의시설이 들어선다는 점에서 대형마트를 원하고 있다. 중구 도원동 윤정의 노인회장은 “소상인들이 반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다수의 주민 의견을 들어보면 지역발전을 위해 대형마트 입점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 옛 도심 재생사업의 핵심인 숭의운동장 도시개발사업이 ‘대형마트 입점’을 둘러싼 갈등으로 지연되면서 대형마트를 입점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숭의운동장 도시재생사업은 낡은 숭의운동장을 철거해 2만 석 규모의 축구전용경기장과 750채의 아파트 및 상업시설을 짓는 사업이다. 인천시와 인천도시개발공사는 새 숭의축구장 준공 이후 소유권을 넘겨받는데 축구장 유지 관리를 위해선 매년 수억 원의 임차료를 내는 대형마트 입점이 절실했다. 대형마트로부터 계약금 330억 원과 연간 임대료 10억5000만 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간 15억 원이 넘는 관리비가 필요한 현실에서 대형마트의 입점이 필요하다는 것. 문학경기장의 경우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10억∼26억 원의 적자를 시민 세금으로 메우고 있다.

이에 대해 남구는 숭의운동장 주변에 재래시장이 많아 대형마트가 들어서면 시장 상인들이 큰 피해를 보는 만큼 절대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운동장을 중심으로 반경 1.5km 안에 용현시장과 토지금고시장, 동구 현대시장과 송현시장, 중구 신흥시장 등 5개 재래시장에 1000여 개 점포가 운영 중이어서 소상인들의 피해가 불 보듯 뻔하다는 것. 구는 새로운 조례를 만들어 대형마트에 들어갈 수 있는 업종을 제한하는 등 여러 방법을 통해 영업을 어렵게 하려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남구는 대형마트 입점에 앞서 재래시장들을 살릴 수 있는 방안이 우선 마련돼야 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해 에이파크 개발 관계자는 “모든 허가를 마치고 공사에 들어가 60% 이상 진행된 상황”이라며 “대형마트 입점이 반대로 난항을 겪을 경우 주상복합시설을 포기하고 운동장만 건설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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