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30% 크기 마른 갯벌서 ‘먼지 폭탄’ 날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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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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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도시 들어서는 새만금 가보니

23일 전북 부안군 하서면 새만금 간석지에 ‘칠면조처럼 계절마다 색이 변한다’는 칠면초가 다량으로 자라고 있다. 간석지에 심어진 칠면초는 비산먼지가 날리는 것을 막는 등 환경오염을 예방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23일 전북 부안군 하서면 새만금 간석지에 ‘칠면조처럼 계절마다 색이 변한다’는 칠면초가 다량으로 자라고 있다. 간석지에 심어진 칠면초는 비산먼지가 날리는 것을 막는 등 환경오염을 예방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전북 군산, 김제, 부안 인근 바다를 메워 신도시를 조성하는 ‘새만금 종합개발계획’이 이달 22일 발표됐다. 1991년 새만금 일대에 첫 삽을 뜬 지 19년 만의 일이다. 정부는 2030년까지 새만금을 주거, 상업, 관광 기능이 통합된 명품복합도시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새만금 주변 자연과 관련된 환경대책은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재 새만금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기자가 23일 새만금 현장을 찾았다.

○ 비산먼지와의 전쟁 중


이날 정오, 총길이 33.9km의 새만금방조제(폭 290m·높이 36m)를 통과해 간석지로 향했다. 방조제를 중심으로 한쪽은 파도가 넘실대는 바다, 다른 한쪽은 바다보다 수위가 1.6m 낮은 잔잔한 새만금호와 수위가 낮아지면서 드러난 광활한 대지가 보였다. 기자는 부안군 하서면 불등마을 일대의 간척지로 들어갔다. 이 일대는 농업용지와 관광지구로 활용될 예정이다. 물이 빠진 갯벌 곳곳에 폐사한 조개류가 널려 있었다. 간척지 중간중간에 붉은빛이 보였다. 간척지에 자라고 있는 식물에 햇빛이 반사됐기 때문이다. 이 일대는 현재 ‘비산먼지’와 전쟁 중이었다. 간척을 해 물이 빠지고 땅으로 드러나 갯벌이 건조해진 상태에서 강한 바닷바람이 불자 먼지가 날리기 시작한 것. 비산먼지는 나뭇잎이나 포도 호박 수박 등 작물에 달라붙어 식물을 고사시킨다.

이에 따라 새만금 공사를 총괄하는 한국농어촌공사와 새만금 일대 어민들은 지난해부터 비산먼지 발생 지역에 ‘염생식물(鹽生植物)’을 심기 시작했다. 소금기가 있어도 잘 자라는 ‘염생식물’이 간척지에 심어지면 그 뿌리로 인해 지표면의 먼지입자가 고정된다. 이날 기자가 둘러본 간척지 일대에 칠면초, 퉁퉁마디, 나문재 등 염생식물 군락지가 보였다. 바람이 불어도 이들 식물이 심어진 곳에서는 먼지가 나지 않았다.

농어촌공사 관계자는 “2014년까지 면적 1만8270ha(약 5526만 평·서울 면적의 약 3분의 1) 중 42%인 7665ha(약 2318만 평)를 식물군락지로 조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백사장 쓸려나가는 ‘변산해수욕장’은 아직 대안 마련 못해

비산먼지 대책과 달리 새만금방조제 바로 아래에 있는 전북 부안군 변산해수욕장의 지형 변화에 대한 대책은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상태였다. 변산해수욕장은 모래가 곱고 경사가 완만해서 한때 전국 관광지 투표에서 1위를 한 명소. 하지만 새만금방조제에 막힌 바닷물의 영향으로 변산해수욕장 일대 모래사장이 조류에 의해 깎이고 침식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백사장은 곳곳이 움푹움푹 파였고 물고랑이 생긴 상태다.

이 때문에 17일 농어촌공사 새만금사업단 주최로 부안군 변산면사무소에서 열린 변산해수욕장 지형 변화 주민설명회에서는 큰 분쟁이 생겼다. 용역연구를 맡은 군산대 연구진이 해수욕장 침식 원인에 대해 “지구온난화, 방조제 축조, 해수욕장 관리 부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면서도 “일대의 침식과 방조제 축조의 연관관계가 명확하게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기 때문. 지역주민들의 반발이 최고조에 달한 가운데 정부는 대책 마련에 분주한 상태다.

○ ‘해수유통’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기자는 오후 김제시 진봉면 심포리로 이동해 만경강 하류가 서해와 접해 흐르는 모습을 관찰했다. 새만금호 담수화 문제도 논란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22일 종합개발계획과 함께 “해수유통을 통해 새만금호 목표수질을 적극적 친수(親水)활동이 가능하도록 3급수(정수해서 먹을 수 있는 보통 수준의 물)로 유지하겠다”고 밝히자 관할 지자체와 주민들이 반대하고 나선 것.

현장에서 만난 전북도 관계자와 주민들은 “원래 계획대로 새만금호 일대를 담수화(淡水化·바닷물에서 염분 유기물질을 제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정부는 “새만금호로 흘러들어오는 만경강 동진강의 수질을 완벽하게 관리하기 어려운 만큼 해수를 유통해 수질을 유지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었다. 예산도 늘리지 않고 물을 깨끗하게 하는 방법은 바닷물과 강물을 섞는 해수유통뿐이라는 것. 이날도 새만금방조제 배수갑문이 열려 해수와 강물이 섞이고 있었다. 환경부 관계자는 “전북도와 지역주민들은 해수유통 등으로 환경문제가 부각될 경우 새만금개발사업에 차질이 생길 것을 우려하고 있다”며 “해수유통에 대한 결론은 내년 1월 새만금위원회에서 확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새만금=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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