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라가는 기부의 샘]말라가는 기부의 샘 다시 채워주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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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금유용 사건 여파… 복지시설 ‘꽁꽁 얼어붙은 겨울’

141명의 아이가 머물고 있는 서울 관악구 남현동의 상록보육원은 올 겨울나기가 걱정이다. 지난해 3억5000만 원 정도 들어왔던 후원금이 올해는 이달 13일까지 1억1000만 원으로 크게 줄어든 때문이다. 연간 보육원 운영비 17억 원 중 정부 보조금은 13억 원가량. 후원금이 감소하면 난방비부터 줄여야 한다. 부청하 원장(67)은 “후원금이 줄어 난방비를 지난해의 60% 수준으로 긴축해 쓰고 있다”며 “올해 말까지는 보름 정도 남아 있어 후원금이 좀 더 늘어날 것이라는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성금 횡령사건 여파로 기부금이 크게 줄면서 온정의 손길이 필요한 보육원, 요양원, 봉사단체들이 어느 해보다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등으로 연말 사회 분위기마저 어수선해지면서 ‘기부의 샘이 말라가고 있다’는 안타까운 목소리도 나온다.

공동모금회의 기부 지표인 ‘사랑의 온도계’는 13일 현재 3.4도를 기록하고 있다. 공동모금회가 이달 1일부터 내년 1월 31일까지 두 달간 모금하기로 한 목표액은 2242억 원. 그러나 이날까지 모금된 후원금은 77억600만 원에 그치고 있다. 지난해 같은 기간 559억5200만 원을 모아 13.8도에 이른 것에 비하면 모금액이 크게 떨어지는 것.

하지만 공동모금회를 제외한 구세군, 대한적십자사, 어린이재단 등 주요 기부금 모금 단체들의 모금액이 지난해보다 줄지 않고 늘고 있는 점은 아직 우리 사회의 온정이 식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1일 모금을 시작한 구세군은 12일까지 11억3700만 원을 모금해 지난해 같은 기간(10억400만 원)보다 약 13% 증가했다. 백경학 푸르메재단 이사는 “일부 모금 단체의 잘못으로 기부 분위기가 위축된 것 같아 안타깝다”며 “경제가 불투명하고 사회 분위기도 어수선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어려운 이웃을 위해 작은 나눔을 실천하는 기부문화가 확산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진우 기자 pjw@donga.com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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