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테이션/동아논평]PD수첩 판결의 교훈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2월 3일 17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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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성을 허위 과장 보도한 MBC PD수첩 제작진의 명예훼손 소송의 2심 판결이 어제 나왔습니다. 2008년 4월 29일 방영된 PD수첩 광우병 편의 핵심 내용들이 허위라는 점은 인정되지만 고의성은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이 판결 취지입니다. 2심 재판부도 1심과 마찬가지로 제작진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지만 1심 판결과 달리 허위 보도 사실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습니다.

2심 재판부가 허위 보도라고 인정한 내용은 PD수첩이 주저앉는 증상이 있는 다우너 소를 '광우병에 걸린 소'라고 한 점, 미국인 아레사 빈슨의 사인을 인간광우병이라고 한 점, 한국인의 유전자가 광우병에 특별히 취약하다고 한 점입니다. 이들 내용은 PD수첩 광우병 편의 기초가 되는 핵심 내용인 만큼 프로그램 전체가 문제가 있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재판부가 "공직자의 업무처리가 정당하게 이뤄지고 있는지는 항상 국민의 감시와 비판의 대상이 돼야 한다"면서 "이를 위한 언론의 감시와 비판 기능은 보도내용이 악의적인 것이 아닌 한 쉽게 제한해서는 안 된다"고 밝힌 것은 언론의 자유를 폭넓게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그러나 PD수첩 제작진이 정말로 악의가 없었는지는 논란의 소지가 있습니다. 앞으로 상고심이 열리면 다시 한번 따져볼 일입니다.

사실 이 사건은 MBC가 자체 진상조사를 통해 잘못을 가려내 사과하고 제작진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취했다면 검찰이 나설 필요도 없었습니다. 언론 보도 내용에 대해 국가 공권력이 나서서 잘잘못을 가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PD수첩 제작진은 비록 무죄 판결은 받았지만 취재 보도 과정에서 사실 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고 허위 과장 보도를 함으로써 엄청난 사회적 혼란을 초래한 점에 대해 반성해야 합니다. 무죄라는 결론만 내세워 아무 잘못이 없다고 주장하면 사회적 공기로서의 언론의 책임을 부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언론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필수조건이지만 언론 스스로 정확하고 공정한 보도를 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동아논평이었습니다.

권순택 논설위원 maypo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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