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모가 불에 타들어가는지 모르고 대응포격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25일 13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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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 임준영 상병 철모 박물관에 안장키로

"화염과 굉음 속에서도 적에게 즉각 대응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북의 해안포 기습폭격이 시작된 23일 연평부대 내에서 철모가 불에 타 녹는지도 모르고, 북한 포진지를 향해 대응포격을 가한 연평부대 포7중대 임준영 상병(1101기)의 감투정신이 해병대원들을 감동시키고 있다.

사건 당일 연평부대는 평소와 다름없이 교육훈련 중, 북한군의 기습포격으로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바뀌었다.

훈련 중 적의 기습을 당한 임 상병은 중대장의 지시에 따라 침착하게 대응하면서, 우선 직감적으로 대응사격을 위해 K-9 자주포를 포상에 위치시켜야 한다는 사실을 인식했다.

임 상병은 적의 포격으로 곳곳에서 터지는 포탄의 화염 속으로 달려 들어갔다.

뜨거운 화마(火魔)도 오로지 자신의 임무를 완수해야 한다는 신념에 정신이 집중돼 있던 임 상병에게 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폭격의 화염은 임 상병을 휘감았고, 이때 임 상병의 철모 외피에 불이 붙어 철모는 타들어 갔다. 철모에 붙은 불길은 임 상병의 전투복을 휘감고, 철모의 턱끈을 타고 내려왔다.

턱끈과 전투복은 불길로 인해 까맣게 그을렸지만, 임 상병은 북의 포격에 응사했다.

이 과정에서 임 상병은 입술 위쪽 부분에(인중)에 화상을 입었다.

'오로지 적에게 대응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는 임 상병은 "어느 정도 상황이 정리되고 나니, 철모와 턱끈이 타버린 상태였다"고 말했다.

임 상병의 군인정신은 25일 불에 탄 철모를 쓴 채 연평부대 피해복구 작업을 하던 임 상병을 발견한 부대 지휘관들에 의해 알려졌다.

유낙준 해병대사령관은 이날 "폭격과 화염의 공포 앞에서도 굴하지 않고, 해병대 정신을 발휘한 임 상병의 철모를 해병대 감투정신의 상징으로 삼아 영원히 해병대 박물관에 안장하라"고 지시했다.

인터넷 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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