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아동문학가 이주홍 문학관 폐관 위기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18일 03시 00분


직원 횡령-운영비 부담 커져
유족 “부산시 등 도움 절실”

소설가 겸 아동문학가인 향파 이주홍 선생(1906∼1987·사진)의 문학 업적을 기리는 이주홍 문학관이 경제적 사정으로 문을 닫을 위기에 처했다. 17일 사단법인 이주홍 문학재단 등에 따르면 이주홍 문학관은 향파의 업적을 기리고 시민들에게 문학 체험 기회를 주기 위해 2004년 부산 동래구 온천1동 온천교회 인근 470여 m²(약 140평)에 지상 2층 규모로 운영 중이다. 부산시비(1억4000만 원)를 지원받았지만 10억여 원인 땅값과 공사비는 향파 부인인 박무연 여사(75) 등 유족이 댔다. 원고와 편지 1만여 점을 전시한 유품전시실과 세미나실을 갖추고 있어 매주 200여 명이 문학관을 찾는다.

하지만 문학관 직원이 최근 거액을 횡령하고 운영비 부담으로 부채가 늘어나면서 경영 위기를 맞았다. 특히 2007년 인근 주민들을 위한 ‘작은 도서관’을 세우기 위해 문학관 용지 등을 담보로 인근 땅을 사들였지만 건립이 무산되면서 땅값 이자도 늘고 있다.

유족은 “문학관과 인근 땅을 모두 처분해 부채를 갚아야 할 상황”이라며 대책 마련을 호소하고 있다. 문학관이 문을 닫게 되면 보관 자료는 올해 말 개관 예정인 경남 합천군 이주홍 아동문학관으로 보내진다.

박 여사는 “고인의 문학세계가 깃든 문학관을 지키기 위해 가족과 친지들이 사재를 출연했지만 더는 버틸 여력이 없다”며 “부산과 한국문학을 사랑했던 고인을 위해 부산시와 관계 기관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합천 출신인 향파는 부산 동래중 교사, 부경대 전신인 부산수산대 국문학과 교수를 지냈다. 동화, 수필, 번역서 등 200권이 넘는 작품을 남겼다. 일제강점기 동아일보에도 동화, 동시, 시 8편을 발표하는 등 민족문학을 지키기 위한 창작활동을 벌였다. 전국 문예지인 문학시대를 창간하고 부산아동학회를 만들기도 했다.

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