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지리산 어르신들 ‘부산항 첫나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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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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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항 접해볼 기회 적었던 산청-함양-장수군 노인들, 부산항만청, 내일 초청 투어

영호남 농촌 주민 100여 명이 승선해 부산항 투어에 나설 범선 누리마루호. 동아일보 자료 사진
영호남 농촌 주민 100여 명이 승선해 부산항 투어에 나설 범선 누리마루호. 동아일보 자료 사진
자유여행가 김모 씨(59·부산 중구 중앙동)는 최근 지리산 지역을 여행했다. 경남 산청에서 시골버스를 타고 가던 중 조용필의 히트곡 ‘돌아와요 부산항에’가 흘러나왔다. ‘꽃피는 동백섬에 봄이 왔건만 형제 떠난 부산항엔….’ 노래가 끝날 무렵 한 시골 노인이 “부산이 좋다는데…. 죽기 전에 오륙도나 동백섬을 볼 수나 있을까”하는 탄식을 들었다. 김 씨는 별다른 생각 없이 바라보던 부산 바다가 촌로(村老)에게는 죽기 전 꼭 한번 가보고 싶은 곳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부산으로 돌아온 그는 부산지방해양항만청이 청소년을 대상으로 부산항 투어를 한다는 사실을 알고는 곧바로 항만청 담당과장에게 자신이 겪은 사연을 소개했다. 김 씨는 “꼭 산골에 사시는 분들을 초청해 아름다운 부산항을 소개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다. 담당자는 “어르신들 소원이 성사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 약속이 드디어 이뤄졌다. 부산항만청은 지리산을 끼고 있는 경남 산청군과 함양군, 전북 장수군에 이 같은 뜻을 전했다. 이들 지역은 다른 곳에 비해 바다를 접할 기회가 없고, 선박 승선과 부산항 체험 경험이 적어 대상지역으로 꼽혔다. 자치단체 협조를 받아 함양 30명, 산청 32명, 장수 38명 등 시골 어르신 100명을 선정했다. 그리고 16일 ‘영호남 농촌주민 초청 부산항 무료 체험행사’를 갖는다.

어르신들은 이날 오전 부산항만청에서 간단한 설명을 들은 뒤 컨테이너 전용부두인 한국허치슨터미널로 이동해 컨테이너 하역 현장을 견학한다. 또 부산항 개항 이래 최대 프로젝트인 북항재개발사업 공사현장도 찾는다. 자갈치 시장에서 점심을 든 뒤 누리마루호 범선을 타고 부산항을 구경한다. 오륙도, 태종대, 광안대교, 동백섬 등지도 둘러본다. 세계정상들이 회의를 했던 누리마루 APEC 하우스와 해양수산 전시관인 부산아쿠아리움도 방문한다. 부산시와 부산항만공사(BPA)도 이들을 위해 관광 안내원을 지원하고 관광안내도와 선물도 제공한다.

부산항만청과 시, BPA는 반응이 좋으면 내년부터 ‘해양 접근 소외계층’을 중심으로 행사 범위를 넓혀나갈 예정이다. 부산항만청 관계자는 “이런 행사를 통해 새로운 해양관광 수요를 창출하고 해양항만정책에 대한 공감대도 형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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