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 출근해요]육아문제 고민 간호사들에게 ‘복음’

  • 동아일보

창원파티마병원 70명 수용 보육시설 착공

13일 창원파티마병원 중축 및 직장보육시설 착공식에서 최수자 병원장(가운데)이 첫 삽을 뜨고 있다. 사진 제공 창원파티마병원
13일 창원파티마병원 중축 및 직장보육시설 착공식에서 최수자 병원장(가운데)이 첫 삽을 뜨고 있다. 사진 제공 창원파티마병원
창원파티마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사 김유리 씨(31·여)는 야간 근무가 끝나고 집에서 쉴 때마다 생후 8개월 된 아이 얼굴이 눈에 어른거려 편하게 잠자기 어렵다. 김 씨는 최근 아이를 맡길 곳을 찾지 못해 경남 창녕군에 있는 시댁에 맡겼다.

김 씨는 주야 교대 근무를 하는 남편과 함께 집 주위 공립 보육시설을 찾아봤지만 오후 10시까지 운영하는 곳은 없었다. 사설 보육시설에서는 “불규칙하게 근무하는 부모의 아이는 받지 않는다”는 대답을 들었다.

김 씨의 동료들은 보육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하나둘 직장을 떠났다. 창원파티마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350명 중 80%가 김 씨처럼 3교대 근무를 하고 있으며 그중 아이를 둔 기혼자는 40%가 넘는다.

육아 문제로 간호사의 이직이 늘자 병원이 마침내 팔을 걷고 나섰다. 병원 측은 지난해 만 6세 미만의 자녀가 있는 직원을 대상으로 직장보육시설 수요조사를 실시했다. 응답자의 81.3%가 조부모, 친척, 어린이집, 유치원, 학원에 아이를 맡기고 있으며 83%는 직장 보육시설 이용을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원들의 뜻을 확인한 병원은 경남 창원시 명서동 병원 안에 보육시설을 짓기로 하고 13일 착공식을 가졌다.

병원 보육시설은 총면적 989m²로, 5층짜리 기숙사 건물의 1, 2층에 마련된다. 이 시설은 내년 10월에 완공할 예정이며 70명의 어린이를 수용할 수 있는 규모다. 최수자 병원장은 이날 착공식에서 “아이 양육 때문에 직장을 그만두거나 아이를 맡길 곳을 찾아 이곳저곳 헤매는 직원을 위해 개원 40주년을 맞은 올해 보육시설을 직접 짓기로 했다”고 말했다.

큰아이를 시립 어린이집에, 작은아이를 사설 어린이집에 따로 맡기고 있는 간호사 손주연 씨(29·여)는 행사장에서 “내년부터 아이들이 아플 때나 급한 일이 있을 때 함께 만날 수 있다”며 환하게 웃었다.

남자 직원들도 보육시설 착공을 환영했다. 병원 시설환경과에서 근무하는 곽병관 씨(35)는 “보육 걱정이 없어지면 업무 효율도 훨씬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위용 기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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