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마이스터교육현장을 가다]마이스터고, 전문성-취업-진학 ‘세마리 토끼’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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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9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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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출신 교장 발탁 관심, 産學연계로 높은 취업률
전자-모바일-뉴미디어 등, 전공별 특성화 교육 다양 대입땐 특별전형 혜택도

《우리나라의 대학 진학률은 82%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각계에서 지나치게 높은 대학 진학률이 사회적 낭비라고 지적하고 있지만 “일단 대학은 가야 한다”는 인식은 변함없다. 반면 독일의 대학 진학률은 35%에 불과하다. 절반 이상의 학생은 학교에서 기술을 배우고 직업 현장으로 나가고 있다. 기술 연마를 통해 ‘마이스터(장인)’가 된 젊은이들은 대졸자 이상의 대우를 받는다. 체계적으로 짜인 직업교육이 제 역할을 하고 있는 것. 독일뿐만 아니라 핀란드 영국 등 유럽 국가들은 특유의 직업교육 노하우를 갖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를 본떠 최근 직업교육을 강조하는 정책을 내놓았다. 동아일보는 한국과 독일, 영국, 핀란드의 우수한 직업교육 현장을 3회에 걸쳐 연재한다.》

올해 3월, “미래의 기술 명장(마이스터)을 길러낸다”는 취지로 설립한 전국 21개 마이스터고가 일제히 문을 열었다. 유망 분야 산업체와 연계해 전문적인 기술교육을 실시하고 졸업 후 취업까지 보장해준다는 마이스터고는 교육계와 학부모들에게 큰 환영을 받았다.

대학 입시 위주 일색인 고교 교육을 다양화할 뿐만 아니라 침체된 전문계고를 되살릴 수 있다는 기대가 담겨있었다. 높은 기대는 첫해 높은 경쟁률로 나타났다. 2010학년도 21개 마이스터고의 모집 경쟁률은 평균 3.55 대 1로 마이스터고 지정 이전(1.26 대 1)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 전문대 이상 수준의 전문가 키운다

서울 수도전기공고 전기기기 실습실. 임창식 교사(가운데 서 있는 사람)가 학생들에게 전동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제공 수도전기공고
서울 수도전기공고 전기기기 실습실. 임창식 교사(가운데 서 있는 사람)가 학생들에게 전동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제공 수도전기공고
마이스터고는 학비가 전액 ‘공짜’이고 학급당 학생 수가 20명인 쾌적한 환경을 갖고 있으며 기숙사 생활을 한다는 점이 관심거리였다. 개방형 교장 공모제를 실시한 마이스터고는 기업 출신 교장들이 대거 발탁되면서 또 한번 관심을 받았다. 르노삼성자동차 부사장을 지낸 이승희 부산자동차고 교장, 한국전력 배전운영처장이었던 강희태 수도전기공고 교장, LG전자 상무였던 최돈호 구미전자공고 교장, ㈜풍산 기술고문 출신의 장헌정 울산마이스터고 교장이 대표적인 기업 출신 교장들이다. 이들은 업계 경험을 살려 기업과 연계해 취업률을 높일 수 있다는 강점을 갖고 있다. 학교 밖에서는 중소기업청과 각 기업체가 마이스터고 지원에 나섰고 정부는 마이스터고 정책이 흔들리지 않도록 법제화를 추진하고 있다.

높은 관심과 기대를 받은 마이스터고의 첫 학기는 어땠을까. “아직 성과를 말하기는 이르지만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 마이스터고 관계자들의 반응이다. 이승희 부산자동차고 교장은 “상반기에 119명 중 115명이 자동차정비 및 검사기능사 시험에 합격했다”며 “연말쯤에 자격시험에 도전하려고 했는데 예상보다 학생들이 쫓아오는 속도가 빠르다”고 말했다. 이 교장은 “아직 ‘그래도 대학은 가야 하지 않느냐’는 인식이 있는데 마이스터고의 교육과정은 기존의 전문계고와 전문대를 합한 것보다 많은 양을 가르치고 있다”며 “목표와 자신감을 가진 학생들이기 때문에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학생의 만족도도 높다. 마이스터고는 일반계고나 다른 전문계고보다 먼저 선발하는 전기 고교로 스스로 원해서 지원한 학교이기 때문이다. 부산자동차고는 모집인원 30%를 전국단위에서 모집한다. 서울에서 중학교를 졸업한 뒤 부산자동차고에 입학한 김경주 군(1학년)은 “전국에서 유일한 자동차 분야 마이스터고라서 지원했다”며 “체계적이고 전문적으로 한 분야에 대해서만 배울 수 있어 좋고 기숙사 생활도 즐겁다”고 말했다.

○ 취업 교육은 기본, 외국어도 집중

현재 국내에는 21곳의 마이스터고가 지정됐다. 정부는 2015년까지 마이스터고를 전국 50곳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분야별로 보면 철강, 전자, 기계와 같은 기간산업에 특화된 학교가 많지만 모바일, 뉴미디어 콘텐츠처럼 신성장 동력이 되는 산업에 초점을 맞춘 학교들도 있다. 각 학교는 특성화 분야에 따라 전공학과를 개설하고 전공을 집중적으로 가르친다. 마이스터고는 ‘자율학교’의 하나로 학교장의 교육과정 편성이 자유롭다. 이 때문에 일반 전문계고에 비해 마이스터고의 수업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실습을 할 수 있다.

마이스터고가 특성화 분야의 이론·실기 교육에만 집중하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마이스터고는 산업 현장의 글로벌 추세를 반영해 외국어 교육도 강조하고 있다. 경북기계공고는 입학 전부터 합격자를 대상으로 실무외국어 교육을 하고 동아마이스터고는 입학 전 프로그램으로 영어캠프를 진행한다. 수도전기공고는 방과 후에 토익 수업을 하고 광주자동화설비공고는 해외연수와 영어회화 활동을 학교 특색으로 꼽을 정도다.

교과 외 활동도 취업에 관한 것이 많다. 부산기계공고는 학생들의 진로에 따라 ‘해외취업반’ ‘대기업취업반’ 등으로 나눠 맞춤형 지도를 한다. 금오공고는 학생의 학과와 관련 있는 산업체와 함께 생산 제품을 전시하는 ‘산학 협동관 꾸미기’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으며 구미전자공고는 산학전문동아리 운영, 제품 개발 및 생산 체험활동 등 협약 업체와 함께 교과 외 교육활동을 하고 있다.

취업이 마이스터고의 중요한 목적이지만 취업만 준비하는 학교는 아니다. 미림여자정보과학고는 과목 간 장벽을 허문 ‘창의성개발 수업’을 한다. 또 여학교이지만 모든 학생이 운동을 하도록 ‘1인 1스포츠’ 제도도 운영하고 있다. 그 외에도 대부분의 마이스터고는 ‘1인 1악기’ 또는 ‘1인 1취미’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 취업 후 대학 진학 길도 활짝

마이스터고를 졸업한 뒤에 대학에 갈 기회도 점차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학들이 전문계고 특별 전형을 확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입학사정관제가 도입되면서 지원 학과에 대한 전문지식과 경험이 풍부한 마이스터고 출신 학생이 유리한 측면도 있다. 고교 졸업 후 취업을 한 뒤에도 대학을 갈 길은 열려있다. 졸업 후 직장에서 3년 이상 근무 시 ‘재직자 특별전형’으로 대학에 입학할 수 있고 대학과 기업이 협약을 체결한 경우 일하면서도 학위를 취득할 수 있다.

올해 개정된 병역법에 따라 전문계고 졸업 후 취업할 경우에는 입영이 4년까지 연기되기 때문에 군 복무에 따른 경력 단절도 일부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마이스터고 졸업자는 최대 4년까지 근무한 뒤 특기병으로 복무할 수 있어 기술이 녹슬 우려가 적다.

마이스터고는 10월 20일을 전후해 원서를 받고 서류심사와 면접을 거쳐 10월 말에 최종 합격자를 발표한다. 해당 시도에 거주하는 학생이 지원할 수 있지만 학교마다 20∼30%의 전국단위 선발도 한다. 입시전형은 일반전형과 특별전형으로 나뉜다. 일반전형은 대체로 내신성적을 위주로 하며 면접 점수가 일부 포함된다. 일반전형에 수상실적이나 자격증 가산점을 주는 학교도 있다.

특별전형은 기초생활수급자, 북한이탈주민, 다문화가정 학생들을 선발하며 해당 분야에 자격증, 수상실적이 많은 특기자를 선발하는 학교도 있다. 특별전형은 교과 성적의 비중이 30% 정도로 낮은 대신 면접 점수와 가산점 비중이 큰 것이 특징이다.

남윤서 기자 bar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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