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적응 역량을 키우자]<3>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나

동아일보 입력 2010-09-16 03:00수정 2010-09-1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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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온난화를 기회로”… ‘바다 로또’ 참다랑어 양식 성공
물에 잠기는 용머리 해안 해수면 상승으로 하루 4∼6시간 산책로가 침수되고 있는 제주 서귀포시 용머리 해안.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추정돼 세계적으로 기후변화 전문가의 관심 대상이 되고 있다. 사진 제공 환경부
《 #지난달 말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용머리 해안. 이곳은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기후변화 영향 현장으로 꼽힌다. 1987년 처음 조성될 때만 해도 자유롭게 드나들던 해안 산책로는 요즘 하루 평균 4∼6시간 물에 잠겨 통행 제한이 이뤄진다. 제주대 방익찬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용머리 해안은 1970년 이후 연평균 약 0.6cm씩, 2007년까지 22cm가량 해수면이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라산 해발 1700m 고지 윗세오름에서 어리목으로 내려가는 길 양쪽에 있는 구상나무 군락지는 또 하나의 기후변화 영향 사례다. 한대성 식물인 구상나무는 원래 한라산 1300m 부근에 주로 분포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1500∼1700m로 군락지가 올라갔다. 기온 상승에 따른 현상이다. 구상나무가 있던 자리에선 900∼1000m 지역에 분포하는 온대성 식물인 소나무가 흔하게 발견된다.

한반도 곳곳에서 기후변화의 영향이 가시화면서 이에 대한 적응 노력도 활발해지고 있다. 일부 지자체는 기후변화에 따른 피해를 줄이는 데 만족하지 않고 한발 더 나아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기 위한 노력도 시도되고 있다.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지역경쟁력센터는 기후변화 영향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는 제주를 7월에 이어 지난달 말에도 찾아갔다. 》

○ 기후변화 영향 표본, 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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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시 안덕면 한 농가 비닐하우스. 아열대 과일인 망고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토마토 농사를 짓던 강철준 씨는 5년 전 온난화대응농업연구센터의 도움을 받아 망고 재배를 시작했다. 수입 망고에 비해 맛이 좋고 가격도 개당 1만 원이 넘어 수익성이 높다는 판단에서다. 강 씨는 “올해 사실상 첫 수확을 하는데 이전보다 소득이 20∼30% 늘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2000년 이후 제주에선 망고를 비롯해 구아버, 용과 등 열대과일 재배 농가가 가파르게 늘고 있다. 15ha였던 망고 재배 면적은 지난해 2배로 늘었다.

정부는 2008년 이런 농업분야의 기후변화 적응을 지원하기 위해 제주에 ‘온난화대응농업연구센터’를 설립했다. 제주가 기후변화의 영향을 연구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제주는 한라산 때문에 표고 차에 의한 연구가 가능하고 남북 간 기온 차, 동서 간 강수량 차 등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임한철 온난화대응농업연구센터 소장은 “인공시설이 아니라 해발 고도차를 활용해 실외에서 기후에 따른 작물 성장 변화 등을 연구할 수 있는 곳은 세계적으로 많지 않다”고 말했다. 이 같은 연구를 통해 작물 생태나 재배 적지 등에 관한 정보를 농가에 제공해 새로운 작물 재배로 소득을 올릴 수 있도록 돕고 있다.

○ 제주의 발 빠른 적응 노력

최근 제주에서는 아열대 어종인 참다랑어 양식이 시도되고 있다. 국립수산원이 지난해 여름 추자도 근해에서 잡은 새끼 참다랑어를 서귀포시 남쪽 4.5km 부근 30m 깊이에서 양식에 성공했다. 세계적으로 멸종위기종 지정 움직임에 가격이 폭등해 ‘바다의 로또’로 불리는 참다랑어는 남태평양 적도 부근에서 주로 잡히지만 최근 온난화 영향으로 일본과 제주 남쪽 해역까지 나타나고 있다. 수온이 적당하고 바닷물이 깨끗해 양식 최적지로 꼽힌다.

김양보 제주도 환경정책과장은 “현재 감귤이 남해안에서도 재배되고 자리돔이 부산 연안에서도 잡히고 있어 제주의 강점이 사라지고 있다”며 “기후변화에 맞춰 새로운 어종에 맞게 배의 시스템을 바꾸고 재배 작물 구조 등을 재편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주도는 2007년 기후변화 영향 평가 및 적응 시범도시로 지정됐다. 환경부와 제주도 간에는 기후변화 관련 정책협의회가 구성됐다. 2008년 5개년 계획으로 기후변화 영향에 대한 평가와 적응 모델 개발을 진행 중이다. 제주도는 기후변화 적응 도시 조성을 통해 세계적인 환경 모델 도시로 만들어간다는 계획이다.

제주에서는 2012년 180여 개국, 1만여 명이 참여하는 세계자연보전총회(WCC)가 열린다. 제주도는 WCC 개최를 계기로 제주를 아시아의 기후변화 교육 허브로 육성한다는 전략이다. 임 소장은 “자연환경, 산업구조, 인구 등 모든 면에서 제주는 기후변화 연구의 최적지”라고 설명했다.
▼ 산업계, 5∼10년단위 기후적응플랜 도입 필요 ▼

“단기적으로는 기후변화에 따른 재해를 줄이는 것도 좋지만 5∼10년 단위로 무엇을 할 것인지를 준비하는 게 더 중요합니다.”

기후변화는 산업계에도 직간접적인 형태로 많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적극적인 적응 노력이 선행되면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임한철 농촌진흥청 온난화대응농업연구센터 소장은 지난달 말 지역경쟁력센터와의 인터뷰에서 “기온이 2도 상승할 때 쌀 생산량은 어떻게 되는지, 품질은 어떻게 되는지 등을 미리 연구해 놓아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임 소장은 일본은 이미 오래전부터 기후변화에 따른 아시아 쌀 수급 변화를 연구해 정책에 반영하고 있지만 아직 우리는 걸음마 단계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센터는 동남아 과일 채소류 15종을 들여와 시험 재배를 하고 있다. 2012년까지는 30종을 도입할 계획이다.

농어업뿐 아니라 제조업 분야에서도 기후변화에 대한 적응 노력이 필수적이다. 특히 수출 비중이 높고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는 철강, 석유화학, 자동차, 전기전자 분야 등은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어 있다. 철강, 석유화학 업종은 주로 생산 설비가 바닷가에 접하고 있다는 점에서 해수면 상승이나 인근 하천 범람, 태풍 등에 취약할 수 있다. 국내외적인 각종 규제 강화에도 대비해야 한다. 전 세계적으로 ‘친환경차’ 개발 경쟁이 가속화하고 있는 자동차분야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신기술 개발과 함께 자연재해 발생 시 시설 파손 등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대목이다.

기후변화로 최근 시장규모가 커지고 있는 분야는 기상산업, 냉방기기, 친환경·재생에너지 분야 등이다. 국내 기상산업은 400억 원 안팎에 불과하다. 연간 1조 원이 넘는 미국 등 일부 국가에 비하면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하지만 지난해 기상산업 활성화를 위해 ‘기상산업진흥법’을 만들어 시행에 들어간 정부는 2012년에는 국내 시장 규모가 1000억 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정호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연구위원은 “산업계가 단순히 기후변화의 영향을 줄이기 위한 노력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정부 대응 어떻게
무더위 쉼터 운영… 전염병 예방접종 확대


기후변화로 인한 영향은 단순히 자연재해로만 나타나지 않는다. 국민 건강부터 각 산업, 생태계, 수자원 등에 이르기까지 사회 전 영역에 걸쳐 다양한 영향을 미친다. 정부는 환경부 주도로 분야별로 기후변화에 따른 영향을 세분해 정밀한 적응 대책을 마련 중이다. 지난달 국내에서 폭염으로 병원 신세를 진 사람은 300명이 넘었고, 사망자가 6명이나 됐다. 열대성 전염병의 증가세도 뚜렷하다. 1990년 6명에 불과했던 말라리아 환자가 2006년에는 2051명으로 급증했다. 알레르기 환자는 2002년 552만여 명에서 2007년 714만여 명으로 늘었다.

폭염 피해가 많은 지자체를 중심으로 취약계층 방문건강 프로그램, 무더위 휴식시간제, 무더위 쉼터 운영 등을 시행해볼 만하다. 개인 차원에서는 이웃 노인 안부 묻기, 야외 활동 자제 등을 꼽을 수 있다. 아열대성 전염병에 취약한 지자체는 예방 접종을 강화하고 주사약 보유량도 늘릴 필요가 있다는 게 국가기후변화적응센터의 설명이다.

여름철 호우 피해 발생 빈도는 1940∼79년 연평균 5.3회에서 1980∼99년 8.8회로 늘었다. 강수일수는 줄었으나 짧은 시간에 퍼붓는 강수량은 많아진 탓이다. 특히 최근에는 국지적인 집중 호우가 빈발하고 있다.

정부는 점차 국지화, 지역화하는 재해에 대비해 지역 맞춤형 취약성 지도를 만들고 전조현상 감시 체제 구축, 방재 기준 강화 등 대책을 마련 중이다. 재해보험을 활성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정부와 지자체의 적응 대책이 효과를 거두기 위해선 국민 참여가 중요하다. 환경부 관계자는 “개별 지자체 차원의 세부적인 시행계획 수립 지원을 위해 예산 지원과 지역별, 분야별 맞춤형 컨설팅도 제공할 계획”이라며 “하지만 시민들의 적극적인 동참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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