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이름 외우기’ 벌주로 종이컵에 소주 8잔
새내기 여학생 만취 귀가 뒤 숨진 채로 발견
충북의 한 대학에서 여자 신입생이 선배들과 술자리를 가진 다음 날 숨진 채 발견되자 유족들이 ‘선배들의 강요로 술을 먹다 사망했다’며 처벌을 요구하고 나섰다.
11일 충북 괴산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낮 12시경 충북 C대 신입생인 A 씨(20)가 증평군에 있는 본인의 자취방에서 숨져 있는 것을 같은 학과 친구들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 조사 결과 A 씨는 사망 전날 오후 학과 휴게실에서 열린 재학생과의 ‘대면식’에 참석해 많은 양의 술을 마신 것으로 밝혀졌다. A 씨는 선배들로부터 ‘오후 7시까지 휴게실로 모이라’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받고 같은 과 친구들과 참석했다. 대면식이 열린 휴게실에는 1, 2학년생 50여 명이 모였다. 대면식은 선배들과 마주앉은 뒤 선배 이름을 모를 경우 벌주로 종이컵에 소주를 한 잔씩 마시는 방식으로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과 유족에 따르면 술을 전혀 못하는 A 씨는 이날 ‘선배 이름을 모른다’ ‘예의가 바르지 않다’는 등의 이유로 모두 8잔의 벌주를 마셨다. 이후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만취해 친구들의 부축을 받아 귀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튿날 오전 학교에 오지 않는 것을 이상히 여긴 친구들이 A 씨의 자취방을 찾아갔고, 잠긴 문을 열쇠 업자를 불러 열어 보니 A 씨는 이미 숨진 상태였다. 이에 따라 경찰은 A 씨의 정확한 사인을 가리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부검을 의뢰했다.
A 씨 유족들은 “술자리에서 선배들의 강압적인 분위기 때문에 억지로 술을 마시다 변을 당한 것”이라며 “대학가의 그릇된 신입생 신고식 관행 때문에 해마다 술로 인한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는 사태를 묵과할 수 없다”며 관련 학생들에 대한 처벌과 재발 방지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A 씨는 키 156cm, 몸무게 37kg밖에 안 되는 작은 체구로 평소 술을 잘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런 사실이 인터넷을 통해 퍼지면서 해당 학과 홈페이지에는 이들의 잘못된 음주문화를 비난하는 누리꾼들의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당시 술자리에 참석했던 선배들은 A 씨의 장례식장에 찾아와 유족들에게 무릎을 꿇고 사죄했다.
경찰 관계자는 “A 씨의 정확한 사인을 알 수 있는 부검 결과는 3주 정도 뒤에 나올 예정”이라며 “(A 씨의) 유족들이 관련자 처벌을 요구하는 만큼 사인을 토대로 당시 자리에 함께 있었던 참석자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인 뒤 처벌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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