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를 읽고]이대로/초등생 한자교육 도입 결정은 근거 부족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3월 20일 03시 00분


코멘트
한글단체는 일제강점기에 우리말 속에 끼어든 일본 한자말을 솎아내는 일과 오늘날 물밀듯이 밀려온 영어로부터 우리말을 지키는 일에 온 힘을 바치고 있다. 그런데 교육과학기술부와 한자 숭배자들은 한글단체가 모르게 한자 세상을 만들려고 한다. 정부가 초등학교에서 한자 교육을 하기로 결정한 중요한 근거가 거짓과 눈속임에 지나지 않기에 몇 가지를 밝힌다.

우선 우리말의 70∼75%가 한자말이라는 얘기는 거짓이고 눈속임이다. 사기란 낱말을 살펴보자. 사전에는 27가지나 나온다.

士氣 詐欺 沙器 仕記 史記 辭氣 史期 四氣 四機 寺基 死期 些技 私妓 私記 邪氣 事記 事機 使氣 社基 社旗 射技 射器 射騎 斜기 詞氣 肆氣 史記. 이 가운데 군인의 사기가 높다고 할 때의 士氣, 거짓말을 한다는 뜻의 詐欺, 역사 기록 책이란 뜻의 史記, 회사 깃발이란 뜻의 社旗를 제외한 나머지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사전에 올라 있다고 모든 사람이 쓰는 양 주장하니 이는 사기(詐欺)일 뿐이다.

교과부가 한자과목을 초등학교의 창의적 체험학습으로 넣은 것은 큰 잘못이다. 창의적 체험활동은 학교가 자율적으로 편성 운영하되 진로 활동, 봉사 활동, 동아리 활동 등으로 한다고 규정에 나와 있다. 한자 교육은 암기 교육으로서 봉사 활동이나 동아리 활동처럼 창의적 체험학습으로 볼 수 없다. 더욱이 이 결정의 근거가 된 교육과정평가원 연구와 조사 보고서도 초등 한자 교육 목적으로 비밀리에 시행했기 때문에 신뢰할 수 없고 공정하지 못하다.

중고등학교에서 하는 한자 교육은 제대로 하지 않고 초등학생에게 한자 교육을 하려는 방안은 자신들의 밥그릇 챙기기이며 우리말을 한글로 적는 게 가장 편리하고 바람직한 시대 흐름을 거스르는 조치이다. 한자로만 써야 뜻이 통하는 말은 순화하거나 버려야 할 말이다.

한자를 배우는 품과 돈과 시간을 중국말과 일본말을 배우는 데 쓰는 게 더 이익이다. 한자검정시험을 보려고 사교육을 많이 하니 그것을 공교육으로 끌어들이겠다는 주장도 한자검정시험을 돕는 꼴밖에 안 된다. 교과부가 한자 사교육을 없애려면 당장 한자검정시험 허가를 취소하고 시험 성적을 입시에 반영하지 말아야 한다.

이대로 한말글문화협회 대표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