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시집온 캄보디아의 딸들 어땠기에…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3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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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정부 “한국인과 결혼 당분간 금지”
현지 여성 집단 맞선 ‘인신매매’ 간주한 듯

캄보디아 정부가 캄보디아인과 한국인의 결혼을 당분간 금지했다. 인신매매를 막기 위한 목적이라며 한국만을 대상으로 내린 조치다.

19일 주캄보디아 한국대사관과 국내 이주여성 인권 관련단체들에 따르면 캄보디아 정부는 지난달 결혼금지 조치를 언급한 데 이어 이달 초 한국 측에 이를 정식으로 통보했다. 주캄보디아 한국대사관은 5일 대사관 홈페이지 ‘공지사항’을 통해 “캄보디아 정부가 우리 대사관에 국제결혼 관련 인신매매 행위 예방을 위한 절차 마련을 위해 한시적으로 국제결혼 신청서 접수를 중단한다고 공식 통보해 왔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대사관은 8일부터 국제결혼에 대한 영사확인 신청서 접수 업무를 중단했다.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지난해 9월경 캄보디아에서 결혼 브로커가 한국 남성 1명과 현지 여성 25명의 맞선을 주선한 것이 적발됐는데 현지에서는 이를 인신매매로 간주했다”며 “캄보디아 정부가 이를 엄금하기 위해 내린 조치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국가 대사관에 이런 요청을 했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고 한국 대사관에만 요청한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문제의 브로커는 3월 초 징역 10년형을 선고받았다. 캄보디아에서는 2008년에도 비슷한 이유로 한 차례 자국인의 국제결혼을 전면 금지시킨 적이 있다. 이후 결혼중개업체나 중개인을 통한 국제결혼은 법적으로 금지된 상태다. 캄보디아 정부는 배우자를 찾으려는 한국인에 대해 최소 1개월간 캄보디아에 체류해 연애 형식으로 결혼을 진행하도록 해 왔다. 신원 확인과 허가신청, 혼인 심사, 지방정부를 통한 혼인 이의신청 등 제도도 정비했지만 그동안 결혼 관련 서류위조, 행정절차 무시, 과다한 수수료 등 문제가 끊이지 않았다.

한국인과 결혼한 캄보디아 여성들이 당하는 가정폭력과 학대, 이혼 등의 소식도 현지 여론의 비판을 키웠다. 지난해 이명박 대통령이 캄보디아를 방문했을 때는 훈센 총리가 직접 “한국으로 시집간 캄보디아 여성들을 딸처럼 잘 돌봐 달라”고 당부했을 정도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에 시집 온 캄보디아 여성은 2003년 19명에서 2007면 1804명으로 급증했다가 캄보디아 정부가 규제에 나서면서 줄어드는 추세였다. 캄보디아 전체 국제결혼 중 60%가량은 한국인과 이뤄지는 것으로 추산된다.

주캄보디아 한국대사관 측은 “캄보디아 외교부에 국제결혼 업무의 재개를 요청했다”며 “한국인과의 결혼이 인신매매와 무관하다는 점을 알리고 깨끗하고 공정한 제도 시행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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