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63명, 강남 주점업주와 왜 통화?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3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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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 적발 업소와 유착 의혹… 전원 소환조사
통화 8만여건 분석… 3명 100통-1명 400통 이상

경찰을 비롯한 공무원과의 유착 의혹을 받고 있는 서울 강남의 유흥주점 실제 업주와 통화한 경찰관이 63명이나 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지방경찰청은 14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N유흥주점의 실제 업주인 이모 씨(39)의 휴대전화 2대의 지난해 3월부터 올해 3월까지의 통화기록 8만4047건을 분석한 결과 이 씨와 통화한 경찰이 63명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 씨의 휴대전화 2대는 종업원 명의로 만든 대포폰으로 이 씨와 통화한 경찰 63명 중 30통 이상 통화한 경찰이 9명, 100통 이상 통화한 경찰은 3명이나 됐다. 한 경찰관은 이 씨와 무려 400통 넘게 전화를 주고받기도 했다. 이들 중 상당수는 현장단속 등 실무를 담당하는 경위 이하 단속 경찰관들이었으며 경찰 간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경찰은 지난달 19일 미성년자 장모 양(18)이 N유흥주점에서 종업원으로 일한다는 제보를 받고 출동해 사장 박모 씨(38), 업소 종업원, 성매수 남성, 성매매 여성 등 16명을 체포했다. N주점은 룸 내에서 성매매가 이뤄지는 소위 ‘북창동’식 영업을 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경찰은 조사 과정에서 박 씨는 ‘바지사장’이며 실제 업주는 이 씨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어 통신사실확인서와 법원의 계좌압수수색영장을 발부 받아 이 씨의 통화기록 및 자금흐름을 조사해 왔다.

경찰은 이 씨와 통화한 63명 전원을 불러 유착 여부를 조사할 방침이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현재 통화 사실만 확인된 것이므로 이들이 모두 비리 경찰이라고 볼 수는 없다”며 “일단 당사자들에게 이 씨와 통화한 이유를 소명할 수 있는 기회를 줄 것”이라고 밝혔다.

조현오 서울경찰청장은 지난달 유흥업소 업주와의 통화기록과 계좌를 조회해 경찰이 연루된 것으로 드러나면 징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유흥업소 업주와의 관계를 ‘자진신고’하라는 지침도 내렸다. 경찰은 63명 중 자진신고를 한 경찰관이 있는지 확인 중이다. 자진신고를 하지 않았거나 소명 이유가 명확하지 않은 경찰관은 지시불이행 등으로 징계를 하고 혐의가 입증되면 전원 사법처리할 방침이다.

경찰은 이 씨가 평소 법조인, 정재계 유력인사와 친하다는 사실을 과시한 점을 주목해 이 부분도 수사할 방침이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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