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 전남·여수EXPO]철새 머무는 낙원… 순천만에서 천국을 만나다

  • 동아일보

770만평 드넓은 갯벌과 끝없는 갈대밭 장관
흑두루미 노랑부리저어새 등 16종 철새 월동

소설같은 낭만여행, 사랑의 추억이 절로…

순천만은 2568㏊의 드넓은 갯벌과 231㏊의 갈대밭으로 둘러싸여 있다. 200여 종의 철새들이 서식하고 붉은색 식물인 칠면초가 황홀한 경관을 뽐내고 있다.
순천만은 2568㏊의 드넓은 갯벌과 231㏊의 갈대밭으로 둘러싸여 있다. 200여 종의 철새들이 서식하고 붉은색 식물인 칠면초가 황홀한 경관을 뽐내고 있다.
6일 전남 순천시 해룡면 용산전망대. 봄이 밀려 오고 있는 순천만이 한눈에 들어온다. 강 하구와 갈대밭, 갯벌, 습지에는 생명의 기운을 담은 봄 안개가 피어오른다. 39.8km길이 해안선은 2568ha(약 770만 평)의 드넓은 갯벌과 231ha(약 70만 평)의 갈대밭을 둘러싸고 있었다. 순천만은 200여 종의 철새들과 붉은색 식물인 칠면초가 황홀한 경관을 뽐내고 있었다.

순천만 입구 대대포구는 김승옥의 소설 ‘무진기행’의 주요 배경이다. 갈대밭 탐방로 입구에는 무진교가 있다. 갈대밭 갯벌 탐방은 순천만의 색다른 재미다. 탐방로는 갯벌 위에 1.2km길이로 설치됐다. 동천과 이사천이 만나는 지점에서 순천만에 이르기까지 10리 길 갈대밭을 만날 수 있다. 갯벌 곳곳에서 농게, 칠게 등 각종 바닷게와 짱뚱어를 볼 수 있다. 오염되지 않은 갯벌 탓에 순천만은 30년 동안 적조가 한번도 발생하지 않았다. 때 묻지 않은 천연의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세계 5대 연안습지 순천만의 자랑이다.

4월이 되면 순천만 갈대밭에서는 사랑의 하트가 생겨난다. 순천시가 갈대밭 보행로 주변 갈대밭 5만5000m²(약 1만6000평)를 하트 형태로 남겨놓았다. 늦겨울에 베어진 갈대는 봄이 되면서 새순이 돋아나고 남아있는 갈대는 하트모양을 드러내게 된다.

봄이 오면서 순천만을 지키던 겨울 철새들도 긴 여행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순천만은 흑두루미, 노랑부리저어새, 개리 등 희귀 조류 16종이 월동하는 철새들의 천국이다. 철새무리 가운데 가장 많이 눈에 띄는 것은 두루미 무리다. 옛 사람들은 덩치가 크지만 화려하며 고고한 모습을 지녀 학이라고 불렀다. 올겨울 한때 순천만은 흑두루미 440마리, 재두루미 11마리, 검은목 두루미 5마리 등 456마리의 두루미가 월동했다. 두루미들은 러시아 시베리아와 우수리강, 아무르강으로 가 번식을 하고 겨울이 되면 다시 순천만을 찾을 것이다.

순천만은 흑두루미, 노랑부리저어새, 개리 등 희귀 조류 16종이 월동하는 철새들의 천국이다. 흑두루미가 긴 여행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순천만은 흑두루미, 노랑부리저어새, 개리 등 희귀 조류 16종이 월동하는 철새들의 천국이다. 흑두루미가 긴 여행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순천시는 해마다 순천만을 찾는 흑두루미들을 위협하는 전봇대 283개를 뽑았다. 순천만 773ha(약 230만 평)의 갯벌을 생태계 보전지역으로 지정한 뒤 오리사육농장 1곳과 식당 6곳을 마을로 옮겼다. 철새의 질병을 막고 편안한 보금자리를 조성하기 위한 조치였다. 또 최근 2년 동안 메마른 땅 30ha(약 9만 평)를 생명이 쉬는 물웅덩이로 만들었다.

순천 농민들은 흑두루 영농단을 만들어 흑두루미 안전지킴이를 자처하고 있다. 흑두루 영농단은 지난해 순천만 들녘 60ha(약 18만 평)에 일반 쌀과 검정 쌀을 함께 심어 우렁이 농법으로 키웠다. 나락이 여무는 가을이 되자 거대한 흑두루미 그림을 만들어냈다. 순천만 들녘은 탐방객들에게는 아름다운 경관을, 흑두루미에게는 편안한 보금자리와 곡식창고 역할을 하고 있다. 순천만 친환경 프로젝트가 시작되면서 탐방객들이 급증하고 있다. 친환경 프로젝트 첫해 순천만을 찾은 탐방객은 32만 명에 불과했으나 지난해 233만 명으로 늘었다.

김진한 국립생물자원관 조류연구담당은 “흑두루미 북방한계선인 순천만은 5년 안에 흑두루미 1000마리가 월동하는 철새낙원이 될 것”라며 “순천이 세계적인 녹색관광(에코투어)지로 도약할 것”라고 말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생태 체험의 보고인 전남 순천만은 갈대로 유명하다. 동천과 이사천이 만나는 지점에서 순천만에 이르는 10리 길에서 갈대밭을 만날 수 있다.
생태 체험의 보고인 전남 순천만은 갈대로 유명하다. 동천과 이사천이 만나는 지점에서 순천만에 이르는 10리 길에서 갈대밭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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