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풍선 날려준다면…” 모니터속 10대들 아찔한 유혹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3월 6일 03시 00분


인터넷방송 일부 BJ들… 심야 선정적 생방송 논란
“인기 BJ 수억 번다더라” 청소년 ‘용돈벌이’ 너도나도

1일 오후 11시경 실시간 인터넷방송 사이트 ‘아프리카TV’가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인기 BJ(Broadcasting Jockey·방송 진행자)들의 생방송이 심야시간대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 드디어 최고 인기 BJ 중 한 명인 A 씨가 생방송을 시작하자 1시간도 지나지 않아 순식간에 누적 접속자가 4000명을 넘어섰다. 연예인 뺨치는 외모의 A 씨가 웹카메라 앞에 앉아 방송을 하자 시청자들은 환호하듯 ‘별풍선’을 날렸고 그녀는 이에 윙크와 하트 표시로 화답했다. 별풍선은 컴퓨터상에서 100원에 산 뒤 원하는 사람에게 보내는 제도. 방송 시작 2시간 만에 그녀에게 전달된 별풍선은 무려 1500개나 됐고 15만 원의 수익을 올렸다.

“별풍선 날려주면 춤춰 드릴게요.” 초보 BJ들은 더 적극적이었다. 몸에 달라붙는 티셔츠와 미니스커트를 입고 화려한 춤 솜씨를 선보이자 시청자들은 한꺼번에 100개 또는 300개의 별풍선을 계속 날렸다.

○ 손쉽게 생방송 유혹

BJ라는 신조어를 탄생시킨 아프리카TV는 캠코더와 컴퓨터만 있으면 누구나 생방송을 할 수 있는 공간. 하루 평균 접속자가 10만 명을 넘고 심야시간대가 되면 2000여 명의 BJ로 북적인다. BJ들은 춤을 추거나 노래나 재미있는 얘기를 하며 접속자들을 끌어 모은다. 아프리카TV의 성공에 따라 다음 TV팟 라이브, 판도라TV 라이브 방송 등 인터넷 생방송이 연달아 생겨났다. 최초의 인터넷방송으로 이미 많은 시청자를 확보한 아프리카TV의 인기에는 2007년 11월 도입한 ‘별풍선’ 제도도 한몫하고 있다. 시청자들은 한 개에 100원인 별풍선을 사 마음에 드는 BJ에게 지급할 수 있고, BJ는 이를 현금화할 수 있다. 남녀노소에 상관없이 방송을 개설하고 인기를 얻으면 별풍선으로 돈을 벌 수 있는 셈. 이 제도가 도입된 후 일부 스타 BJ는 아예 전업으로 나서 수억 원대의 수익을 올린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캠코더와 컴퓨터라는 간단한 장비만 있으면 도전할 수 있는 데다 상대적으로 쉬운 돈벌이 수단으로 인식되다 보니 최근에는 청소년 BJ도 급증하고 있다. 실제로 스타 BJ로 발돋움하기 위해 자신을 홍보하는 목록을 살펴보니 올해 1월부터 이달 5일까지 청소년 비율이 약 40%(60명 중 24명)였다. 유명 포털 사이트에서도 BJ 입문을 고민하는 청소년들의 글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저는 초등학교 4학년인데 용돈이 너무 적어 BJ를 생각해보고 있어요. 이걸 하면 하루에 8000원 정도는 쉽게 벌 수 있나요?” 방학 때 잠깐 BJ를 했었다는 여고생 김모 양(17)은 “짧은 기간에 100만 원에 가까운 돈을 모았다”고 말했다.

○ 돈 벌기 위해 선정성 경쟁

문제는 청소년 비율도 상당한 BJ들의 방송이 ‘별풍선’ 제도를 타고 점점 자극적으로 변해간다는 것. 일부 BJ는 더 많은 별풍선을 모으기 위해 과격한 행동과 말을 서슴지 않고, 남성 이용자들의 호응을 얻기 위해 선정적인 의상과 댄스를 일삼는 여성 BJ도 많다. 2008년에는 한 여성 BJ가 방송 중 외출하고 돌아와 캠코더가 켜진 사실을 잊어버린 채 옷을 갈아입어 알몸이 노출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아프리카TV 측은 “하루 종일 20여 명의 모니터 요원을 두고 24시간 방송을 점검하며, 화면상에 음란성이나 폭력성이 보이면 바로 방송을 정지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BJ들이 벌어들인 별풍선을 환전할 때 회사 측에서 30∼40%를 떼어가는 만큼 돈벌이를 위해 별풍선 제도를 방치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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