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할머니가 들려주는 재밌는 동화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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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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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동부도서관 ‘그림책 이야기 팡팡!’ 인기
60, 70대 10여명, 하루 1시간씩 번갈아 참여

대구 동부도서관 영유아자료실에서 어린이들이 동화구연 봉사활동을 하는 어르신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사진 제공 대구 동부도서관
대구 동부도서관 영유아자료실에서 어린이들이 동화구연 봉사활동을 하는 어르신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사진 제공 대구 동부도서관
“연못 속에 살던 개구리가 생쥐를 찾아가 ‘연못 속 구경을 시켜 주겠다’며 함께 가자고 했어요. 생쥐를 물에 빠뜨려 잡아먹기 위해서죠. 하지만 생쥐가 ‘나는 수영을 못한다’고 거절하자, 개구리는 자기 발과 생쥐의 발을 같이 묶으면 수영을 할 줄 몰라도 괜찮다고 속였어요. 이 꾐에 빠진 생쥐는 개구리와 서로 발을 묶고 연못 가운데로 갔어요.”

2일 오후 2시 대구 동부도서관 영유아자료실. 10여 명의 어린이들이 정정자 씨(61·여)를 에워싸고 모여 앉아 귀를 기울였다. 정 씨는 구수한 목소리로 “그때 하늘에서 솔개 한 마리가 쏜살같이 날아와 연못에 있던 생쥐를 낚아채 갔답니다. 솔개는 생쥐 발에 묶인 개구리도 함께 잡는 횡재를 하게 된 것이죠”라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는 이야기를 마친 뒤 “이솝우화에 나오는 ‘개구리와 생쥐’는 남을 속이려던 사람이 자신의 꾀로 인해 더 큰 피해를 당하는 교훈을 우리에게 생생하게 전해준다”고 말했다.

동부도서관이 겨울방학을 맞아 운영하는 ‘동부할머니의 꿀맛 같은 그림책 이야기 팡팡!’ 프로그램이 어린이들에게 인기다. 지난달 5일 시작된 이 프로그램은 이달 말까지 계속된다. 매주 화∼금요일 오후 2시부터 1시간 가까이 진행되는 이 프로그램에는 10∼20명의 어린이가 참여하고 있다. 그동안 어린이와 부모 등 400여 명이 참여했다. 매일 동화를 읽어 주는 할머니 10여 명이 번갈아 가며 32권의 동화책을 읽어준다. 아이와 함께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주부 김진숙 씨(36)는 “일곱 살배기 딸과 함께 일주일에 2, 3차례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듣곤 한다”며 “어릴 때 들었던 동화 이야기를 잊고 지내왔는데 다시 들어보니 재미있기도 하고 교훈적인 내용이 많다”며 환하게 웃었다.

동화책을 읽어주는 할머니는 동부도서관이 운영하는 ‘할머니 동화연구반’ 강좌를 통해 실력을 쌓았다. 연령은 60, 70대. 이들은 이 도서관이 2007년 독서 프로그램인 ‘북 스타트’ 운동을 시작할 때부터 영유아를 대상으로 그림책 읽어주기, 동화 구연, 동요 부르기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해왔다. 이곳에서 동화를 들려주고 있는 정일순 씨(62·여)는 “부족하지만 손자 같은 어린이들을 위해 봉사활동을 할 수 있어 즐겁다”며 “아이들과 동화 속으로 빠져들다보면 스트레스도 풀린다”고 말했다.

이 할머니들은 지난해 지역의 결혼이민 여성과 그 자녀들을 대상으로 동화 구연과 한국 예절 배우기 등의 프로그램을 선보여 좋은 반응을 얻었다. 동부도서관 권계순 관장은 “이 프로그램은 이웃을 사랑하는 어르신들의 마음과 사랑이 녹아 있는 우리들의 이야기”라며 “3월부터는 주말을 이용해 프로그램을 계속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별도 신청 없이 동부도서관을 찾으면 참여할 수 있다. 053-940-4144

정용균 기자 cavat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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