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폭력’ 사태로 기소된 민주노동당 강기갑 대표(사진)에게 법원이 무죄를 선고하자 검찰이 강하게 반발하는 등 법원과 검찰 간에 갈등 기류가 일고 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단독 이동연 판사는 지난해 1월 미디어관계법 처리 과정에서 민주노동당 당직자들에 대한 강제해산에 항의하며 국회 사무총장실에 난입해 기물을 파손하고 국회의장실 밖에서 소란을 피운 혐의(공무집행 방해) 등으로 불구속 기소된 강 대표에게 14일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당시 국회의장이 민노당 당직자를 강제 해산시키기 위해 발동한 질서유지권은 국회 본회의와 무관하게 발동됐기 때문에 적법하지 않다”며 “박계동 사무총장이 개인적으로 신문을 보고 있던 중에 강 의원이 소동을 벌인 것이라 공무집행 방해라고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특히 “비서실 직원이 매일 신문기사를 스크랩해 사무총장에게 제공해 왔고 국회의장 직속으로 대변인이 있으므로 사무총장이 직무와 관련해 반드시 필요한 내용은 신문 스크랩을 통해 충분히 알 수 있었다”는 논리를 폈다.
검찰은 법원의 판결에 반발하며 항소할 뜻을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국회 운영 정상화를 위해 발동한 질서유지권이 본회의와 무관하다고 본 것은 궤변”이라며 “국민 여론을 살펴야 하는 국회 사무총장이 집무실에서 신문을 보는 것은 명백한 공무에 해당하는 행위”라고 반박했다. 이어 “국회의장실 밖에서 지속적으로 발로 문을 찬 행위도 소음의 크기, 지속 시간, 의도 등을 종합할 때 유죄가 인정된다”며 “이번 판결처럼 국회에서의 폭력을 정치행위라고 옹호한다면 폭력 혐의로 처벌받는 일반인과의 형평성 문제도 불거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판결문에서는 일부 오류도 발견됐다. 판결문에는 “국회의장의 경호권 발동은 사전에 국회 운영위원회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돼 있으나, 국회법 144조 2항은 국회에 경찰 파견을 요청할 때 국회 운영위의 동의를 받도록 하고 있을 뿐 경호권 발동 자체에 사전동의 요건은 없다.
논란이 일자 서울남부지법은 “이번 판결은 ‘국회 폭력이 나쁘지 않다’는 뜻이 아니다”라며 “혐의를 ‘단순폭행’으로 했다면 아무 문제가 없었으나 ‘공무집행 방해’ 등으로 확대 적용하면서 법리에 어긋났다”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서울남부지법은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상정 과정에서 폭력을 행사한 혐의로 기소된 민주당 문학진, 민노당 이정희 의원에게는 지난해 11월 각각 벌금 200만 원과 50만 원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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