旁岐曲逕… 교수신문 선정 ‘올해 사자성어’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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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바른길’ 복귀 소망 반영

교수신문은 8∼10일 전국 대학 교수, 일간지 칼럼니스트를 상대로 설문을 실시한 결과 응답자 216명 가운데 43%가 올해 한국 사회의 모습을 비유한 사자성어로 ‘방기곡경(旁岐曲逕)’을 꼽았다고 20일 밝혔다.

방기곡경은 사람이 많이 다니는 큰길이 아닌 샛길과 굽은 길을 이르는 말로, 바른길을 좇아 정당하게 일하지 않고 그릇된 수단을 써서 억지로 하는 것을 비유할 때 쓰인다.

조선 중기의 유학자 율곡 이이는 왕도정치의 이상을 다룬 저서 ‘동호문답(東湖問答)’에서 “제왕이 고식적으로 지내거나 외척과 측근을 지나치게 중시해 복을 구하려 한다면 소인배들이 갖가지 ‘방기곡경’의 행태를 자행한다”고 말했다.

교수신문은 “한국 정치가 바르고 큰 길로 복귀하기를 바라는 소망이 반영됐다”고 분석했다.

사자성어 선정에 참여한 안대회 성균관대 교수(한문학)는 “정치권과 정부가 여러 갈등을 안고 있는 문제를 국민의 동의를 받는 등 정당한 방법을 거치지 않고 독단으로 처리한 행태를 빗댄 것”이라고 말했다. 손주경 고려대 교수(불문학)는 “국가와 국민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물리적 이익을 취하려다가 정신의 풍요로움을 버리지 않았는지를 성찰하지 않았던 해”라고 지적했다.

설문조사에서는 옳음을 주장하다가 중도를 얻지 못한다는 뜻의 중강부중(重剛不中), 소모적인 논쟁을 거듭한다는 의미의 갑론을박(甲論乙駁), 숯불을 안고 있으면서 서늘하기를 바란다는 뜻의 포탄희량(抱炭希凉) 등도 후보로 제시됐다.

정위용 기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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