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前총리 주내 불구속 기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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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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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묵비권 행사 불리할 것… 5만달러 수수혐의 입증 자신”
“혐의 바꿔가며 조작 수사” 한 전총리 측, 검찰논리 반박
공관오찬 참석 전직장관 등 동석자 진술에 촉각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권오성)는 20일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69·구속 기소)에게서 인사 청탁과 함께 5만 달러를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를 받고 있는 한명숙 전 국무총리(65·사진)를 이번 주 안에 불구속 기소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검찰은 총리급 인사가 받은 뇌물액수로는 5만 달러(당시 환율 기준 약 4648만 원)가 구속 사안이 되지 않고, 한 전 총리가 도주할 우려가 적은 점 등을 고려해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기기로 했다. 이에 따라 검찰과 한 전 총리 측은 재판 과정에서 치열한 유무죄 공방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 묵비권 행사, 누구에게 유리?

검찰은 18일 한 전 총리에 대한 조사에서 일부 성과가 있었다고 보고 혐의 입증을 자신하는 분위기다. 한 전 총리가 검찰 조사 과정에서 묵비권을 행사한 것 자체가 재판에서 불리한 정황이라며 곽 전 사장과 대질신문한 영상녹화 테이프를 법원에 증거물로 제출하겠다는 것. 곽 전 사장과 대질신문을 할 때 자신에게 유리한 내용이 있었는데도 일절 함구하고, 불리한 내용에 반박하지 않은 것은 결백을 주장하는 사람의 행동으로 보기 어렵다고 검찰은 강조하고 있다.

법원 관계자는 “검찰 조사에서 묵비권을 행사한 것이 재판에서 유무죄를 가리는 데 직접적으로 작용하지 않는다”며 “다만, 법관이 유죄나 무죄로 결론 내릴 때 하나의 ‘정황’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법정에서 묵비권을 행사할 때엔 불이익을 볼 수도 있다. 재판부가 유죄 심증을 내렸을 경우 묵비권 행사는 개전의 정이 없는 것으로 간주해 높은 형량을 선고하는 사례가 종종 있다.

○ 총리 공관 동석자들은 누구?

앞으로 법정에서 이뤄질 검찰과 한 전 총리 간의 유무죄 공방은 결국 곽 전 사장의 진술이 신빙성이 있느냐로 모아진다. 한 전 총리 측이 “18일의 대질조사에서 곽 전 사장이 제대로 진술을 하지 못했다”고 강조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 맥락에서 5만 달러가 건네졌다는 2006년 12월 2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 오찬 모임에 참석한 다른 동석자들의 진술은 매우 중요하다. 이들이 한 전 총리와 곽 전 사장 단둘이 남아 있던 순간은 목격하지 못했지만, 그 직전까지의 상황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검찰은 한 전 총리가 오찬 때 “곽 전 사장을 도와주자”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동석자에는 노무현 정부 때 장관을 지낸 민주당 고위인사 J 씨와 곽 전 사장의 고교 선배로 역시 노무현 정부 때 장관을 지낸 K 씨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검찰은 동석자 가운데 일부를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를 마쳤으며 “이들의 진술이 곽 전 사장의 진술과 상당 부분 일치한다”고 밝히고 있다. 한 전 총리 측은 “동석했다는 ‘다수의 지인들’이 누구인지 검찰이 먼저 공개하라”며 반박하고 있다.

○ 청탁 내용은 정확히 무엇?

한 전 총리 측은 “18일 조사를 통해 검찰 수사가 짜맞추기 조작수사였음을 확인했다”며 재판 과정에서 무죄를 반드시 입증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 근거로는 당초 한 전 총리가 한국남동발전 사장 선임 청탁 명목으로 돈을 받았다고 하다가 체포영장에는 대한석탄공사 사장 선임 청탁 명목으로 달라진 점을 들고 있다. ‘한명숙 공동대책위원회’ 측 양정철 대변인은 20일 “곽 전 사장이 남동발전 사장으로 가기 위해 로비자금을 건넸다는 언론 보도 이후 검찰은 이와 관련한 광범위한 수사를 했으나 아무것도 나오지 않자 석탄공사 수사로 급선회하고 있다”며 “불법 피의사실 공표 문제에 대한 수사와는 별개로 이 부분에 대해 감찰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우리가 혐의 사실을 언론에 확인해 준 적이 없기 때문에 혐의를 바꿨다는 주장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며 “석탄공사나 남동발전 모두 공기업이므로 연결돼 있는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곽 전 사장이 대한통운 사장직에서 물러난 뒤 한 전 총리에게 여러 차례 “공기업 사장 자리를 희망한다”는 뜻을 밝혔기 때문에 5만 달러의 대가성 입증에 큰 문제가 없다는 얘기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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