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동대문 ‘패션계 백조’들 다시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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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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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가 지하로 밀려났던 봉제업체들 ‘패션지원센터’ 입주해 부활 날갯짓

물 위에 떠 있는 백조가 아름다워 보일 수 있는 것은 수면 아래 끊임없는 물 갈퀴질이 있기 때문이다. ‘아시아 패션 특구’ 서울 동대문 쇼핑몰의 화려함 뒤에는 옷을 제작하는 영세 봉제업체들이 있었다. 동대문 패션센터들을 중심으로 중구 신당동, 종로구 숭인동 창신동 일대에는 현재 약 2600개 봉제업체가 밀집해 있다. 1960년대만 해도 세계를 주름잡던 한국 봉제 산업이지만 최근에는 형편이 넉넉지 않다. 중국이나 베트남은 몇 년째 싼 인건비를 앞세워 저가 공세를 펼치는 중인 데다 최근에는 유럽이나 미국 등 패션 선진국이 쏟아내는 ‘패스트 패션’의 바람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저력을 발휘해 ‘패션계의 백조’로 거듭나고 있다.

○ 지하에서 지상으로

생산비를 한 푼이라도 줄이려다 보니 생산 환경은 해가 갈수록 열악해졌다. 비싼 임대료를 피해 사업장은 점점 햇빛도 들지 않는 주택가 지하로 내려갔다. 해외에서 바이어들이 계약을 하러 왔다가도 어둡고 지저분한 작업 환경에 거부감을 보이며 계약을 취소하는 일이 다반사였다. 디자인 연구는 하루하루 입에 풀칠하는 형편에 사치였다. 의류 디자인이나 마케팅은 주로 동대문 패션유통업체에서 맡고 봉제업체들은 점점 뒤로 밀려났다. 제때 자재와 인력을 구하려면 생산업체끼리 모여 있는 게 유리하지만 각박한 현실에 클러스터는 점점 구로구 등지로 공동화되는 등 와해 조짐까지 보였다.

이들을 지원하기 위해 서울시가 나섰다. 영세봉제업체를 대상으로 현장접근형 지원을 제공해 ‘패션시티 서울’로 재도약한다는 계획이다. 시와 서울산업통상진흥원(SBA)은 지난달 성동구 성수동에 7개 업체가 입주한 ‘성동 토탈패션지원센터’를 연 데 이어 이달 14일과 18일에는 종로구 숭인동 ‘동대문 패션지원센터’와 중랑구 망우동 ‘중랑 패션지원센터’를 잇달아 개소했다. 세 곳 모두 영세봉세업체들에 저렴한 가격에 입주 공간과 장비를 빌려주고 마케팅 및 디자인을 교육시켜 준다. 생산과 디자인, 마케팅을 한 건물 내에서 원스톱 체제로 진행한다는 목표다.

○ 생산 단가 아끼고 디자인 강화하고

동대문 패션지원센터에 들어서면 눈앞에 고급 부티크를 연상시키는 전시실부터 들어온다. 이달 15일 찾은 센터 전시실에는 ‘절제된 클래식’ ‘전통 포크로어(folklore)’ 등 내년 패션 트렌드를 충분히 반영한 멋스러운 여성복 100여 벌이 마네킹과 옷걸이에 걸려 있었다. 9개 입주 업체가 공용으로 이용하는 공간이다. 이제 해외 초청 바이어들이 적어도 작업장을 보고 도망가는 일은 없을 게 확실하다.

“단추 구멍 내는 기계나 굵은 실로 스티치 장식을 넣는 특수 봉제기는 비싸면 500만 원도 넘어요. 일일이 다 사서 작업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죠.”

구로구에서 공장을 운영하다 최근 센터로 입주한 강종문 ‘JM콜렉션’ 대표는 “나아진 환경이 생산량과 품질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주변 시세의 절반에 못 미치는 저렴한 임대료와 업체들 간 공용으로 쓸 수 있는 특수 기기 덕에 생산 단가를 낮출 수 있다는 것. 센터 내 디자인창작지원실과의 협업도 기대 중이다. SBA는 업체들의 디자인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자체 디자인을 보유한 전문 디자이너 7명을 센터에 함께 입주시켰다. 디자이너들 입장에서도 5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서울시로부터 미래를 인증 받은 업체들과 공동 작업할 수 있어 ‘윈윈’인 셈이다. 서울시 측은 “센터들의 운영 효과를 검토해 점차 시설을 늘려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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