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부산 사격장 화재 CCTV 복원 내용 공개
사대 밑 화약가루등 발견
5년간 내부청소 안한듯
업주-관리인 영장 신청
화재 발생 1초 전과 1초 후
부산 실내 실탄사격장에서 화재가 발생하기 1초 전 일본인 관광객이 총을 쏘고 나서 표적을 보고 있다(왼쪽 사진). 화재가 발생하고 1초가 지난 후 1번 사대에서 불길과 연기가 나오고 있다. 부산=최재호 기자
사상자 16명을 낸 부산 실내 실탄사격장 화재참사는 1번 사격대 근처에 쌓여 있던 잔류 화약가루와 방음재 벽면에 불이 붙으면서 발생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불을 붙게 한 점화원인은 총을 쏠 때 발생한 화염이나 유탄, 파편 등으로 추정했을 뿐 정확한 결론이 나오지 않았다.
부산 사격장 화재 수사본부는 30일 내외신 브리핑에서 “유일한 생존자인 가사하라 마사루(笠原勝·37) 씨의 일관된 진술, 복원한 폐쇄회로(CC)TV 내용, 국립과학수사연구소 감식 결과를 종합해 사고원인을 이같이 밝혀냈다”고 발표했다.
경찰에 따르면 가사하라 씨는 세 차례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사격대에서 불꽃이 올라왔다’고 말했다. 경찰이 공개한 CCTV에도 1번 사대 아래쪽에서 11월 14일 오후 2시 23분 46초경 강렬한 섬광이 먼저 발생했다. 국과수도 “1번 사대 아래쪽에서 화약가루가 묻은 풍선 10여 개와 잔류화약이 있는 청소기 주머니 등이 발견됐고 스펀지 재질의 방음재 벽면에도 화약가루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당초 알려진 것과 달리 화재 당시 일본인 관광객 2명과 종업원 2명이 사격대 내에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경찰은 이번 화재가 방화가 아니라 사격장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발생한 과실로 보고 있다. 경찰은 이날 업주 이모 씨(63)와 관리인 최모 씨(38)에 대해 업무상 중과실 치사상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 관계자는 “5년간 한 번도 사격대 내부의 잔류 화약가루를 청소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화재는 발화 3초 만에 강한 화염이 발생해 인명피해가 더욱 컸다. 강렬한 섬광과 함께 불이 시작됐지만 불과 3초 후 방음재 벽면을 순식간에 태웠다. 열기의 압력으로 출입구 문이 열리고 외부 산소가 공급되자 사격대 외부 휴게실 쪽으로 불이 급속히 번지는 ‘백드래프트(역류)’ 현상이 발생해 휴게실 쪽 관광객들이 제때 피하지 못한 것으로 보고 있다.
부산=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경찰 “수사결과 日총영사관 통해 유족에 전달”▼
부산 사격장 화재 수사본부를 이끌고 있는 부산경찰청 김영식 차장은 30일 내외신 기자회견을 갖고 “수사 결과를 공식적인 전달 창구인 일본 총영사관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수사본부는 각 분야 전문가 입회 아래 정밀 합동감식과 부분별 현장감식을 실시해 나온 결과인 만큼 일본 측에서 충분히 납득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일본인 사망자 유족이나 일본 언론에 대해 별도로 결과를 설명하는 자리를 만들지 않았다. 일본 총영사관 측은 부산경찰청에서 넘겨받은 수사 결과 자료를 외무성으로 보내 사망자 가족들에게 전달할 것으로 전해졌다.
사망자 15명과 부상자 1명에 대한 피해 배상은 건물주이자 사격장업주인 이모 씨가 책임을 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수사본부가 이날 이 씨와 종업원 최모 씨에 대해 업무상 중과실 치사상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번 화재가 사격장의 관리 소홀 때문이란 게 경찰 측 판단이다.
사격장은 국내 모 보험사에 최고 6억 원짜리 건물보험만 가입했고 대인보험에는 가입하지 않았다. 따라서 일본인과 한국인 희생자 유족들은 업주를 상대로 별도 보상협의를 해야 한다. 업주 이 씨는 사고 이후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우리 과실로 밝혀지면 보상해야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부산=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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