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열심히 세운 겨울방학 계획, 혹시 ‘엄마 눈높이’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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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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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방학 체험활동

《겨울방학이 3주 앞으로 다가왔다. 초등생 학부모들은 자녀의 캠프와 체험활동 프로그램을 고르느라 고민이다. 겨울방학은 여름방학보다 길어 체험활동을 할 시간이 많지만, 정작 학년이 마무리되는 겨울방학 때의 활동은 방학과제로 다음 학기에 평가되지 않는다는 생각에 흐지부지 보내기 쉽다.

일부 학부모는 겨울방학동안 ‘입학사정관전형용 포트폴리오’를 만들기 위해 마음이 바쁘다. 결과로 남겨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포트폴리오를 위한 체험활동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수준이 높다거나 시간과 비용을 많이 들인 체험활동이 무조건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은 아니다.

겨울방학에 효과적인 체험활동을 할 수 있는 비결을 알아본다. 》

아이가 직접 활동 내용 결정, 주도하도록 해야
디카 촬영도 자녀가 직접… 반드시 보고서 쓰도록


○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라

겨울방학을 맞은 초등생의 체험학습은 학년, 성별, 감수성, 이해력, 흥미를 종합 고려해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서울 송파구 ‘살아있는 미술관’을 찾은 어린이들. 동아일보 자료사진
겨울방학을 맞은 초등생의 체험학습은 학년, 성별, 감수성, 이해력, 흥미를 종합 고려해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서울 송파구 ‘살아있는 미술관’을 찾은 어린이들. 동아일보 자료사진
주부 임수진 씨(40·서울 구로구 오류동)는 초등 6학년인 아들 백지훈 군(12)과 4학년인 딸 지원 양(10)과 함께 겨울방학에 할 체험활동을 의논했다. 교과학습과 체험학습시간을 5 대 5로 배분했다. 주중에는 부족한 학습을 보충하고 주말에는 전시 관람, 음악·영화감상, 과학관 방문 등 체험학습 위주로 일정을 짰다.

체험활동의 우선 선택권은 아이에게 준다. 임 씨가 일방적으로 선택했던 체험활동은 실패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한 유명 현대미술 작가의 전시에 갔을 때는 아이들이 작품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값싼 티켓 때문에 선택했던 한 어린이 뮤지컬은 큰 아이가 따분해했다.

임 씨는 “아이의 학년, 성별, 감수성, 이해력에 따라 체험활동을 흡수하고 제것으로 만드는 정도가 다르다”면서 “아이의 의사와 눈높이를 고려하라”고 조언했다.

지난 겨울 한국예술영재교육원에서 미술영재 수업을 받을 만큼 뛰어났던 백 군의 미술적인 영감은 다양한 체험활동에서 비롯됐다. 임 씨는 “독서, 음악·영화·미술감상 모두 미술적인 감수성에 자극이 된다”고 말했다. 체험활동 후에는 ‘체험학습보고서’를 반드시 작성했다. 백 군은 그림을 그려 보고서를 대신할 때도 있었다.

이렇게 작성한 포트폴리오는 최근 영훈국제중학교 입시 때도 자료로 활용했고, 백 군은 합격했다. 임 씨는 “이때 보고 듣고 느낀 것이 아이들의 인성과 감성을 영글게 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 엄마의 착각

체험활동을 선택하기 전엔 그것이 아이가 하고 싶은 활동인지, 엄마가 하고 싶은 활동인지를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 내성적인 아이에게 ‘스키캠프’를 강요하거나 외향적인 아이에게 ‘독서클럽’을 권하는 것처럼 아이 성향에 맞지 않는 체험활동은 고역일 수 있다.

체험학습연구회 ‘모아재’의 김봉수 교사(경기 오산시 대호초교)는 “옆집 주부가 좋다고 한 활동에 자녀를 데리고 가는 학부모가 많다”면서 “단지 어른의 시각에서 전문적이고 그럴듯해 보이는 체험활동은 시간과 비용을 낭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녀와 함께 겨울방학동안 무엇을 하고 싶은지 적어보자. 엄마는 예상하지 못했던 체험활동을 아이가 제안할 수 있다. 자녀의 관심을 단정하는 건 금물. 와이즈멘토 김지은 컨설턴트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아이가 직접 활동을 결정해 주도적으로 참여토록 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자녀가 흥미를 발견하지 못했다면 진로를 탐색하는 활동을 계획할 수 있다. 직업체험캠프나 어린이직업박람회에서는 다양한 직업세계를 경험한다. 리더십캠프나 자원봉사활동, 하프마라톤대회를 최종목표로 마라톤대회나 걷기대회에 참여하는 등 인성에 도움이 되는 활동도 추천할 만하다.

○ 과학·봉사… 체험활동의 테마를 갖자

아이에게 가급적 많은 체험활동을 시키겠다는 열정이 앞서 아이의 목표와 수준에 맞지 않는 활동을 강요하는 부모도 있다. 아이에겐 스트레스로 작용할 뿐이다. 입학사정관전형에서 강조하는 것은 학생 스스로 목표를 세우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일관적으로 노력해 온 과정이다.

자녀의 흥미가 명확하다면 관련 분야를 재미있게 체험할 활동 위주로 계획을 세운다. 과학에 흥미 있다면 과학관 견학, 부모와 함께하는 식물 탐구, 환경캠프, 교육과학기술부가 주최하는 ‘APEC 청소년과학기술 리더십캠프’ 등에 참여할 수 있다.

정기적으로 봉사활동을 하는 방법도 있다. 초등생 때의 봉사활동은 일반 자원봉사의 개념이 아닌 ‘봉사학습’의 개념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남을 돕는 마음’을 배우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이다.

방학 때 열리는 가족자원봉사 캠프는 어떨까. 봉사하는 부모의 모습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인성교육이 가능하다. ‘포트폴리오’를 위한 봉사는 안 된다. 서울시립청소년활동진흥센터 박차용 과장은 “간혹 자녀와 함께 장애인 시설에 가서 궂은일은 부모가 도맡고 자녀는 대충 서 있다가 확인서만 받는 경우가 있다”면서 “‘엄마가 할 게, 너는 그냥 있어’ 식으로는 봉사활동이 아무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청소년자원봉사활동 정보서비스 홈페이지(www.dovol.net)에서 12월 중순부터 겨울방학 때 봉사할 수 있는 기관 및 단체에 관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 현장감을 살려 기록하라

활동 후엔 과정에서 얻은 결과와 느낌을 현장감 있게 기록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기록이 모여 훌륭한 포트폴리오가 된다.

미술작품을 볼 때 아이들에게 “작가가 머리카락에 시멘트를 왜 부었을까?” “한번 이 의자 위에 올라가서 작품을 볼래?” 같은 질문을 던지며 사고를 확장시켜줄 수도 있다. 이런 새로운 감각적·인식적 경험을 통해 자녀는 일기를 쓸 수도 있고 그림을 그릴 수도 있다.

김봉수 교사는 “체험활동 기록 자체를 또 하나의 과제로 여기면 안 된다”면서 “디지털카메라를 아이에게 맡기고 스스로 사진을 찍게 한 후 일정에 따라 사진설명을 쓰면서 ‘추억앨범’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기록을 남기면 좋다”고 말했다.

봉아름 기자 er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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