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 사이에서 발견한 희망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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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0월 29일 17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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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12시. 서울 중구 덕수궁 돌담길에는 점심때를 맞은 직장인과 시민들이 삼삼오오 짝을 지어 산책 중이었다. 가로수의 낙엽은 약한 바람에도 힘없이 떨어졌다. 사람들의 발길에 낙엽이 차이는 찰나, 그들은 가던 길을 멈추고 허리를 숙였다. 낙엽에는 ‘희망은 지지 않습니다’라는 메시지가 적혀 있었다. 아름다운재단이 낙엽에 일일이 프린트해 넣은 희망 메시지다. 이 이색 이벤트에 시민들은 낙엽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가족과 지인들 몫의 낙엽을 주머니에 넣었다. 길에 뿌렸던 만여 장의 낙엽은 한 시간도 안 돼 곧 동이 났다.

봄에 싹을 틔워 여름내 키워낸 생명의 온기가 사라지는 계절 가을. 추운 겨울을 나기 위해 나무는 애써 낙엽을 떨어뜨려야 한다. 하지만 떨어진 낙엽 사이에서 사람들은 역설적으로 희망을 발견했다. 아름다운재단이 희망의 메시지를 담은 낙엽을 시민들에게 나눠주는 캠페인. 낙엽은 온기를 잃었지만 희망을 품고 다시 태어났다.

이 캠페인은 기부문화 확대 모금 이벤트로 기획됐다. 사람들에게 익숙한 것을 통해 흥미를 유도하면 기부 역시 쉽게 다가갈 수 있다는 것이다. 서경원 팀장은 “낙엽은 떨어지지만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 한 결코 지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다”며 “이 행사를 통해 시민들이 기부에 대한 생각을 키웠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 캠페인을 위해 아름다운재단은 서울시내 낙엽들을 수거해 잎사귀마다 ‘희망은 지지 않습니다’ 라는 메시지를 실크스크린으로 인쇄해 넣었다. 재단은 희망 메시지를 담은 낙엽을 11월 말까지 서울의 주요광장 및 거리에서 게릴라식으로 배포할 예정이다.

각종 경제지표는 상승하지만 아직 많은 사람들이 희망이 보이지 않은 세상을 살고 있다고 이야기 하는 이때 그래도 누군가는 희망을 이야기해야 한다. 가을에 어울리는 희망 메시지의 다음 배포장소는 광화문. 일시는 아직 미정이다.

이철 동아닷컴 기자 kino2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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