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서울디자인올림픽 꽉찬 볼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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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0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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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홍보 부족 ‘시민만의 잔치’
20일간 행사 오늘 폐막

‘빨간 딱지도 아니고 웬 노란 딱지?’ 서울디자인올림픽(SDO)이 열린 서울 잠실종합운동장에 가보니 전시장 구석구석에 붙은 노란 포스트잇 쪽지가 눈에 들어왔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이 아이디어 제품은 어서 실용화됐으면 좋겠어요!”라는 진심 어린 격려부터 “재미없네”라는 단순하면서도 냉정한 비판까지 시민들이 직접 쓴 관람평이 적혀 있었다.

이달 9일부터 29일까지 열린 제2회 SDO는 1회에 비해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디자인의 저변을 넓혔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해외 홍보가 거의 되지 않아 내년 세계디자인수도(WDC)로 선정된 서울시를 알리기 위한 행사라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많다.

○서울 시민들의 놀이터

이번 SDO의 가장 큰 성과는 65가지 다양한 체험전 및 장터 등으로 디자인에 관심 없던 시민들의 참여를 이끌어냈다는 것. 국내외 디자이너들이 만든 소품과 가구 등을 판매하는 ‘2009 월드디자인마켓_서울’에선 총 1억5000만 원어치가 팔려나갔다. 지난해 대비 매출액이 3배 이상 늘어난 셈. 그래픽 디자이너 238명이 만든 친환경 기념 티셔츠도 당초 예상 판매량이었던 1000장을 훌쩍 넘겨 4000장 이상 팔렸다.

23일 직접 찾은 SDO 전시장은 평일인데도 유치원생부터 디자인 전공생들로 북적거리는 모습이었다. 단체 운동복을 입고 온 유치원생들은 대형 놀이터인 ‘상상어린이공원’과 ‘에코토이 만들기’, ‘브레인 디자인 체험전’ 등 체험 부스를 이리저리 오가며 ‘디자인 소풍’에 한창이었다. 교복을 입은 학생들도 한 손엔 카메라, 한 손엔 노트를 든 채 대학 졸업전과 서울 건축문화제 등을 꼼꼼히 둘러보고 있었다. 제품 디자인을 전공한다는 대학생 김윤재 씨(20)는 “지난해보다 전반적으로 볼 것도 많고 즐길거리도 많아졌다”며 “미대생이나 디자인 전공생들에게 SDO는 꼭 와봐야 하는 곳이 됐다”고 말했다. 전시장 곳곳에 편의점과 푸드코트를 마련해 하루 종일 구경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도 지난해와 다른 모습이다.

○세계 시민들과 함께하기엔 역부족

전시장 한쪽에는 한식을 알리고 세계화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된 ‘한식세계화전’이 열리고 있었다. 막걸리와 된장찌개, 감자탕 등 한국인이 즐겨 먹는 음식 모형 수십 가지가 먹음직스럽게 나열돼 있었지만 정작 이 음식이 뭔지를 소개하는 영어 문구는 없었다. 이곳뿐 아니라 전시장 벽면 곳곳에 해치나 서울서체 등 서울을 알리기 위한 홍보물이 걸려 있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대부분 영어 설명은 곁들이지 않았다. 이 때문에 내년 WDC를 알리기 위한 SDO가 서울 시민들만의 축제로 전락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행사를 주관한 서울디자인재단 관계자는 “사실 외국인 관람객 수는 별도로 집계하지 않았다”며 “일단 내실을 다진 다음 차차 해외에 알려 나간다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근 ‘돈이 되는 디자인’을 강조하는 서울시의 의도와 달리 행사 자체가 실제 비즈니스로 이어지지 않는 것도 미흡한 점이다. 한정완 한양대 디자인학부 교수는 “지난해보다 행사 규모는 커졌지만 국내 중소 디자인 기업들을 해외 바이어들과 연결해 줄 실질적인 네트워크는 여전히 부족했다”며 “영국 런던이나 미국의 유명 디자인 축제처럼 돈이 되고 시너지 효과를 낳는 생산적인 축제로 거듭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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