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 옥외집회’ 첫 무죄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0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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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법 “금지조항 헌법불합치후 처벌 법규없어”
다른 재판부선 ‘새벽까지 집회하는건 유죄’ 판결 혼선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의 ‘야간 옥외집회 금지’ 조항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이후 처음으로 이 조항을 위반한 피고인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내년 6월 말의 개정시한까지는 효력이 살아있는 이 조항을 놓고 법원에서는 재판부마다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7단독 이제식 판사는 지난해 8월 오후 7시 30분∼8시 20분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열린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집회에 참가한 혐의(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로 기소된 권모 씨(42)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 판사는 “헌재의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이 조항이 위헌·무효임이 확인됐고, 결국 야간 옥외집회에 관해 처벌할 법규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며 “법이 아직 개정되지 않아 몇 시에 옥외집회를 열어야 처벌할 수 있는지를 확정할 수 없는 이상 권 씨에 대해 유죄를 선고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 판사는 “야간 옥외집회 금지 조항이 내년 7월 1일부터 효력을 잃기 때문에 그 전에 해당 조항을 그대로 적용해 유죄를 선고한다면 일부 피고인은 앞으로 재심 청구를 통해 무죄를 선고 받을 수밖에 없어 심각한 법적 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서울북부지법 형사7단독 홍진표 판사는 14일 28차례에 걸쳐 야간 미신고 옥외집회를 개최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박모 씨(44)에게 현행법을 그대로 적용해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의 유죄판결을 선고했다. 법원 관계자는 “법이 개정돼도 새벽까지 제한 없이 옥외집회를 허용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여 새벽 늦게까지 집회를 연 피고인에 대해서는 헌법불합치 결정과 관계없이 유죄를 선고하는 재판부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일선 재판부 사이에서는 야간 옥외집회 금지 조항과 관련해 법 개정을 기다려야 한다는 견해와 현행법에 따라 유죄를 선고해야 한다는 견해, 사실상 효력을 잃었으므로 무죄를 선고해야 한다는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 현재 야간 옥외집회 규정을 위반해 재판에 계류 중인 피고인들은 전국적으로 910여 명에 이른다. 헌재가 단순 위헌 결정을 내렸다면 유죄 선고를 받은 피고인은 재심으로 구제받을 수 있지만 현행법의 효력이 유지되는 상태에서 내려진 판결은 재심 대상이 아니다. 다만 확정 판결 전에 법이 개정되면 소급 적용을 받을 수 있다.

헌재는 지난달 24일 야간 옥외집회를 금지한 집시법 제10조와 벌칙을 규정한 23조1호가 집회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한다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고 내년 6월 30일까지만 한시적으로 현행 조항을 적용토록 했다.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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