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서민땅 헐값 수용해 반값 아파트 생색”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0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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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면동 등 원주민 600명 국감장서 보상대책 시위

“의원님, 서민 주거 안정도 중요하지만 그 땅에 살던 저희도 서민입니다.”

20일 오전 9시 30분 경기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한국토지주택공사 입구. 토지주택공사에 대한 국토해양위 국정감사를 위해 국회의원들이 속속 들어섰다. 이때 시민 20여 명이 지나가는 의원들의 차를 세우고 문건을 건네기 시작했다. 문건을 건넨 사람은 ‘반값 아파트(보금자리주택)’가 들어서는 서초 우면지구, 강남 세곡지구, 고양시 원흥지구, 하남시 미사지구 지역에 토지를 갖고 있는 주민들. 이들 600여 명은 이날 토지주택공사 앞에서 ‘보금자리 지구지정 결사반대 및 생존권 사수’ 궐기대회를 가졌다. 일부 주민은 삭발식까지 열었다.

이들이 국감현장에 나선 이유는 정부가 8월 27일 발표한 서민주거안정대책 때문이다. 강남권 반값 아파트를 조기 공급하는 것을 골자로 한 이 대책이 발표된 후 서민보금자리 주택의 보상비를 놓고 해당 지역 원주민들과 정부 간 갈등은 커지고 있다.

주민들이 특히 지적한 부분은 사전예약제. 아파트를 짓기 전 택지 승인 단계에서 청약을 받는 제도다. 최연건 씨(60·우면동)는 “해당 지역을 감정한 후 보상단가를 정해 주민들에게 지불하고 아파트를 건설, 분양하면 되는데 이런 과정 없이 사전분양을 실시하는 건 말이 안된다”고 말했다. 서초 우면지구 보상대책위원회 최병달 사무국장은 “추정분양가 3.3m²(1평)당 1150만 원은 사실상 헐값에 땅을 수용하겠다는 뜻”이라며 “그린벨트로 묶여 수십 년간 재산권 행사도 제대로 못했는데 헐값에 수용해 반값에 아파트를 공급하면 결국 우리 재산으로 다른 사람만 이익을 보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토지주택공사 관계자는 “사전예약제는 아파트를 다 짓고 분양하기보다는 서민들이 미리 주택계획을 세우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며 “주민들도 이해가 되지만 정부정책이라 어쩔 수 없다”고 해명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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