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교사 임용 내년 1500명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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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0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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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 응시자 절반 탈락… 전국 8개 교대 휴업 투쟁
9년 만에 절반 이하로 줄어… 교과부 “저출산 여파 불가피”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위치한 서울교육대 에듀웰센터. 수업을 듣는 학생들로 가득 차야 할 강의실이 이날은 텅텅 비어 있었다. 서울교대 학생들이 14일부터 ‘휴업 투쟁’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정부가 내년 초등학교 교원 임용 규모를 지난해보다 1500명 이상 줄이기로 하면서 교대들이 동맹 휴업 투쟁을 벌이는 등 집단 반발하고 있다.

○‘교대 졸업=교사’는 옛말

교육과학기술부가 20일 밝힌 2010학년도 전국 16개 시도교육청의 초등교사 모집인원은 총 4587명으로, 지난해 6128명보다 1500명 이상 감소했다. 2001학년도 9675명에 달했던 초등교사 모집인원은 9년 만에 절반 이하가 됐다. 내년 2월 교대 졸업 예정자가 6000명이고 여기에 임용시험 재수생과 근무지역 이동을 원하는 교사가 6000여 명이나 돼 11월 1일 실시되는 임용시험 경쟁률이 처음으로 2 대 1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 때문에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교대졸업=임용’으로 여길 정도로 안정적이었던 교대생들이 비명을 지르고 있다.

20일 대전시·충남도교육청에 따르면 2010학년도 초등교원 임용시험 원서접수 마감 결과 각각 경쟁률이 5.32 대 1, 5.68 대 1이었다. ○“교사 늘려 교육여건 개선” vs “교대 경쟁 아직도 느슨”

서울교대, 부산교대 등 전국 10개 교대 중 8개 교대가 현재 휴업 투쟁을 벌이고 있다. 교대생들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인 교사 1인당 학생 16명 수준으로 교원을 배치하고 올해 신규 교원을 6000명 이상 충원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서울교대 이가인 씨(23·여·컴퓨터공학과 4년)는 “교대를 졸업하면 바로 교사가 되는 걸로 알고 입학했는데 신임 교사 수가 크게 줄어들어 불안감이 크다”고 말했다.

심성보 부산교대 윤리교육과 교수는 “교대는 초등교원 양성을 위한 목적대학인 만큼 교직이 아니면 다른 분야로 진출하기 힘든 취업 현실 때문에 교대생들이 반발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교대 졸업생이 교사가 되는 것이 전보다 어려워지긴 했지만 사범대 졸업자에 비하면 훨씬 쉽고, 교원의 질적 향상을 위해 경쟁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서울대 사범대 국어교육과 3학년인 정글 씨(23)는 “비슷한 교직과정을 이수한 사범대생의 중등교원 임용시험 합격률은 10%도 안 된다”며 “교대생이 2 대 1 정도의 경쟁률을 불평하는 것은 정말 행복한 고민”이라고 지적했다.

○교과부 “교대+종합대 통폐합해야”

교과부는 현재의 인구 추이 등을 고려할 때 교원을 줄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나향욱 교과부 교직발전기획과장은 “출산율 저하로 학령인구가 줄어 교대 정원과 초등교원 임용 규모를 줄일 수밖에 없다”며 “장기적으로 교대와 종합대의 통폐합을 통해 교대를 졸업하고 교직 이외의 분야로 진출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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