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빙자간음죄 위헌여부 공개변론

  • 입력 2009년 9월 11일 02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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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일종의 사기… 처벌 당연”
여성부 “婦女 보호법 아닌 비하법”

위헌 심판의 도마에 오른 혼인빙자간음죄에 대한 공개변론이 10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렸다. 이날 공개변론은 임모 씨가 “형법 304조의 혼인빙자간음죄가 헌법에 보장된 행복추구권과 성적(性的)자기결정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한다”며 낸 헌법소원에 대한 것이다.

임 씨 측 법률대리인으로 나선 황병일 변호사는 “남녀를 불문하고 사랑할 사람을 정하고 어떻게 애정을 표현할 것인가 결정하는 문제는 개인에게 달려 있는 것”이라며 “혼인빙자간음죄는 그 같은 성적자기결정권을 침해하기 때문에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혼전성교에 대해 진실을 전제로 해야 한다고 강제하는 것은 도덕과 윤리의 문제에 불과하다”며 “형법이 개인의 사생활 영역까지 규제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를 폈다.

헌재가 이해관계인으로서 의견 제시를 요구한 법무부와 여성부는 엇갈린 견해를 내놨다. 법무부 관계자는 “혼인빙자간음죄 처벌조항이 다소 가부장적으로 보일지라도 여성의 성적자기결정권을 보호하고 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며 “여성이 속아서 성적자기결정권을 잘못 행사했다면 사기죄와 마찬가지로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여성부는 서면의견서를 통해 “혼인빙자간음죄가 피해자를 ‘음행의 상습이 없는 부녀’로 한정하고 있는 것은 부녀를 미성년자나 심신장애인처럼 의사결정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없는 존재로 비하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어 남녀평등에 반한다”며 위헌 의견을 냈다.

임 씨는 같은 식당에서 일하는 여성 동료에게 “부모님에게 소개하고 결혼상대라고 이야기하겠다”고 속여 성관계를 가진 혐의 등으로 기소돼 재판을 받던 중인 지난해 6월 헌법소원을 냈다.

전성철 기자 daw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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