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우리학교 공부스타/경안고 2학년 신동운 군

  • 입력 2009년 8월 18일 02시 56분


“진학상담 청천벽력… 인생의 실패자 두려움에 정신이 번쩍”

《“지금 성적으론 네가 원하는 고등학교에 못 간다.”

중3이던 2007년 3월, 고교 진학상담을 위해 담임선생님과 마주앉은 신동운 군(17·경기 안산시 경안고 2학년)은 주먹을 꽉 쥐었다. 선생님의 한마디가 신 군의 승부욕을 자극했다.

‘내 인생에 실패는 없다. 나는 꼭 경안고에 들어간다.’

신 군은 주문을 외우듯 자신의 각오를 속으로 되뇌었다. 그날 오후 신 군은 곧장 귀가해 책상에 앉아 책을 펼쳤다. 무섭게 공부에 열중한 신 군은 한 학기 만에 중위권에서 맴돌던 성적을 반에서 1등으로 끌어올렸다.》

○ 축구 승부욕을 학습 동력으로 전환하다

경기 안산시는 비평준화지역으로 고교 입시가 치러진다. 특정 고등학교에 지원했다 떨어지면 정원이 미달된 학교에 강제 배정된다. 공부엔 관심이 없었던 신 군이 이런 사실을 알 리 없었다.

신 군은 중학교 1, 2학년 때까지 전교 100등에서 200등(전체 500명)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 불안정한 상태였다. 좋아하는 영어, 수학 수업은 집중해서 들었지만 그 외의 교과목 수업시간엔 교실 뒷자리에 앉아 친구들과 장난치기에 바빴다. 노트필기, 과제물 제출 같은 수행평가는 한 번도 챙겨본 적이 없을 정도다.

신 군이 그나마 중위권 성적을 유지할 수 있었던 건 ‘암기력’ 덕분이었다. 신 군은 시험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오면 종합학원에 등록했다. 시험 기간에는 학원수업에 한 번도 빠지지 않고 강사가 외우라는 내용을 달달 외웠다. 운이 좋으면 반에서 5등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열정은 시험이 끝남과 동시에 사그라졌다.

학업에 가장 큰 걸림돌은 축구였다. 신 군은 중학교 1학년 때 친한 친구들과 축구단을 창단했다. 주장으로 활동하며 각종 시도대회에 참가했다. 실적은 좋지 않았다. 하지만 축구에 대한 열정과 승부욕이 축구연습에 모든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 붓게 했다.

이런 모습을 지켜보던 담임선생님은 “실패”라는 말로 학업을 게을리 하던 신 군에게 일침을 놓았다.

“공부를 못한다는 사실이 그때처럼 뼈아프게 다가온 적은 없었어요. 고등학교 입학이 내 손에 달렸다는 선생님의 말을 듣고 정신이 번쩍 들었죠.”

진학상담 직후 신 군은 180도 달라졌다. 신 군은 평소 목표하던 ‘경안고’를 책상머리 앞에 붙였다. 스스로 승부욕을 자극하기 위해서였다. 매일 2시간 이상 하던 축구도 주말 2시간으로 줄였다. 신 군은 ‘수업시간을 역전의 발판으로 삼는다’는 각오로 모든 수업에 집중했다.

○ ‘A4 한 장’만 남겨라

신 군은 학교, 학원 선생님이 가르쳐준 공부법을 활용해 자기만의 학습규칙을 세웠다. 어떤 과목을 공부하든 △교과서 본문을 3회 이상 정독하고 △핵심 내용만 노트에 요약정리 한 뒤 △문제집을 풀며 정확히 이해했는지 확인했다.

예습도 빼놓지 않고 했다. 무슨 내용인지 몰라도 일단 한 번 교과서를 읽고나면 다음 날 수업 내용을 이해하기가 한결 수월했다.

공부의 우선순위는 학교 시간표에 따랐다. 그날 1교시가 국어였다면 방과 후 집에서 혼자 공부할 때도 가장 먼저 국어 교과서를 펼쳐 들었다. 이런 식으로 공부하면 수업시간에 선생님이 했던 설명이 순차적으로 머릿속에 떠올라 공부 속도를 높일 수 있었다.

학원엔 아예 발길을 끊었다. 그대신 암기에 강한 자기의 특성을 고려해 꼭 기억해야 할 내용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는 방식으로 시험 대비를 했다.

4주 전엔 교과서 내용과 노트 필기를 읽고, 문제집을 풀며 핵심 내용과 새롭게 알게 된 내용을 A4지 여러 장에 쭉 정리한다.

2주 전엔 한 차례 정리한 여러 장의 A4지를 꼼꼼히 살펴본 뒤 △학교 선생님이 나눠준 프린트 내용 △선생님이 수업시간에 강조한 내용 위주로 핵심만 간추려 새로운 A4지에 요약한다. 요약정리를 거듭할 때마다 꼭 기억해야 할 내용만 남겨 A4지를 줄여나가는 게 핵심.

시험 1주 전엔 시험범위 내용을 ‘마인드맵(핵심어를 연결해 교과 내용을 정리하는 방법)’으로 정리해 A4지 한 장에 담는다.

신 군은 “마인드맵은 전체적인 맥락과 단원 간 연관성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돼 시험 직전 총정리할 때 사용한다”면서 “시험문제를 풀다 어려운 문제에 맞닥뜨렸을 때 마인드맵을 머릿속에 떠올리면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 군은 스스로 개발한 공부법을 활용해 중학교 3학년 1학기 중간고사에서 반에서 1등을 차지했고, 2학기 기말고사까지 한 번도 1등을 놓치지 않았다.

○ 배울 수 있다면 책도 친구도 ‘스승’

신 군에게 진정한 승부는 고입의 당락을 가르는 연합고사였다. 신 군은 2학기 중간고사가 끝난 직후부터 연합고사 시험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시험까지 남은 시간은 약 3개월. 시험범위는 중학교 1∼3학년 교과과정 전체였다. 신 군은 ‘선(先) 개념이해 후(後) 문제풀이’ 순으로 공부하던 예전과 달리 ‘거꾸로’ 공부하는 방법을 택했다. 먼저 문제를 풀고, 문제가 출제된 단원을 찾아 반드시 알아야 할 개념을 익힌 것.

신 군은 교과서를 스승 삼아 1, 2학년 과정을 독학하며 3년 치 연합고사 기출문제 모음집을 모두 풀었다. 교과서와 해답지를 읽어도 풀리지 않는 문제가 나오면 해당 과목 선생님께 질문해 반드시 이해하고 넘어갔다.

신 군은 전체 200문제 중 190문제를 맞혀 꿈에 그리던 경안고에 합격했다. 성적순으로 입소자를 뽑는 기숙사에도 입성했다.

신 군은 고등학교 입학 후에도 전교 5등 안팎의 성적을 유지하고 있다. 정규수업 후 각 반 최상위권 학생들과 함께 심화보충수업을 듣는 신 군은 친구들의 장점을 벤치마킹하면서 실력을 키우고 있다.

“중3 담임선생님께서 1학기 중간고사가 끝난 뒤 저를 따로 부르셨어요. 긴장하라는 의미에서 일부러 가슴 아픈 말씀을 하셨다면서 더 잘 할 수 있다고 격려해 주셨죠. 그 말 덕분에 지금까지 좋은 성적을 유지하는 것 같아요. 이게 바로 ‘피그말리온 효과’란 거겠죠? 하하.”

이혜진 기자 leehj08@donga.com

※‘우리학교 공부스타’의 주인공을 찾습니다. 중하위권에 머물다가 자신만의 학습 노하우를 통해 상위권으로 도약한 학생들을 추천해 주십시오. 연락처 동아일보 교육법인 ㈜동아이지에듀. 02-362-5108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