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900명 해고 가슴 아프지만 협력업체 등 20만명 고통 더 커”

  • 입력 2009년 7월 7일 02시 57분


■ 쌍용차 협력업체 모임 ‘협동회’ 최병훈 사무총장 호소

쌍용차 직원 절반 연봉에도 180명이던 직원 줄이고 줄여… 30명 출근해 불안한 나날

노조, 1명도 희생않겠다니…
협력업체만 피해 떠안아… 민노총 정치투쟁도 분통

“900명 일자리를 줄여서 일자리 20만 개를 지켜야 할 것 아닙니까.”

자동차 도어프레임 제조회사인 ㈜네오텍 최병훈 대표(52)의 목소리에는 노기가 서려 있었다. 일자리가 줄어드는 ‘900명’은 쌍용자동차가 정리해고를 통보한 976명을 가리킨다. ‘20만 명’은 쌍용차가 파산할 경우 일자리를 잃게 되는 사람 수라고 최 대표는 주장했다. 1차 협력업체 직원과 2, 3차 협력업체 직원이 각각 약 5만 명씩 모두 10만여 명이고, 직간접으로 쌍용차에 관련된 근로자를 다 합하면 20만 명이 된다는 계산이다. 평택공장을 점거한 쌍용차 노조원 900여 명이 끝까지 파업을 중단하지 않으면 20만 명의 일자리가 사라지게 된다는 것이다.

쌍용차 파업 이후에는 납품 전혀 못해

최 대표는 6일 동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그동안 우리 협력업체들은 그 사람들(쌍용자동차 직원들)이 파업하고 일을 안 해도 감히 말도 못했다”며 “그러나 이제는 감정이 폭발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그는 쌍용차 1차 협력업체 250여 개사로 이뤄진 ‘쌍용차협동회’의 사무총장이면서, 쌍용차와 거래 관계에 있던 회사 600여 곳이 올해 1월 구성한 ‘쌍용차협동회채권단’의 사무총장을 겸하고 있다. 쌍용차협동회채권단이 가진 채권 규모는 약 3000억 원으로 쌍용차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의 채권 규모(약 2500억 원)보다 더 크다.

“쌍용차를 청산해도 쌍용차 직원들은 임금 채권이 보장되잖습니까. 우리는 어음 대금을 못 받은 곳, 쌍용차가 신차를 만든다고 해서 설비를 들여왔다가 손해를 본 곳, 심지어 식당에 콩나물 납품하다가 물린 사람도 있습니다. 별별 억울한 경우가 다 있어요.”

1차 협력업체들 중 3곳은 자금난을 못 견디고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나머지 협력업체들도 허덕이고 있다. 당장 최 대표의 네오텍도 지난해 11월과 12월 대금을 받지 못했다. 올해 1월부터 감원에 들어가 180명이던 직원을 120명으로 줄였다. 그나마 대부분 휴직 상태고, 지금 공장으로 출근하는 사람은 30여 명에 불과하다.

생산물량의 60∼70%를 쌍용차에 납품해 왔는데 쌍용차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올해 1월부터 생산량을 예년의 10분의 1 수준으로 줄였다. 그나마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쌍용차 노조)가 5월 22일 평택공장을 점거한 뒤에는 부품 납품을 전혀 못하게 됐다. 직원들이 출근해봐야 생산은 할 게 없는데 공장은 공장대로 전기 값이 들고 직원들은 교통비가 드니 ‘그냥 다 집에서 쉬고 있으라’고 했다.

“협력업체만 구조조정해야 하나”

“저는 월급 안 받고, 임원은 50%를 반납하고, 직원은 12% 반납했습니다. 다른 협력업체들도 다 똑같습니다. 그렇게 입에 풀칠하면서 살고 있는데 이달 말까지 쌍용차 사태가 해결 안 되면 다 부도납니다.”

“이미 ‘쌍용차 협력업체’라고 하면 은행들이 신규 대출은커녕 기존 대출 연장도 잘 해주려 하지 않는다”며 최 대표는 한숨을 쉬었다. 협력업체 대표들은 답답한 나머지 경영진을 찾아가 ‘정리해고자들을 우리가 고용하겠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1차 협력업체 한 곳이 쌍용차 해고직원을 1, 2명씩 받으면 400∼500명의 해고자에게 재취업 기회를 제공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아이디어였다. 그러나 노조는 이 제안이 포함된 쌍용차 사측의 ‘최종 협상안’을 거부했다. 최 대표는 “협력업체들은 어음 대금을 다 못 받을 각오도 하고 있다”며 “다만 쌍용차 정상화만을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협력업체 직원들은 쌍용차 직원들이 받는 연봉의 절반 정도만 받고 뼈 빠지게 일하다가 구조조정 들어가고 월급 반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자기들(쌍용차 노조원들)은 구조조정을 한 명도 못한다고요? 우리 직원들이 쌍용차 노조 보고 분통을 터뜨립니다.”

최 대표는 “민주노총도 너무한 것 아니냐”며 “정부도 힘없는 사람들한테만 법을 적용하고, 민주노총처럼 정치 논리로 나오는 곳에는 법 적용을 안 한다”고 비난했다. 쌍용차협동회채권단은 쌍용차 회사와 노조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7일에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여의도공원에서 쌍용차 임직원과 협력업체 직원 및 가족 1만 명이 모여 쌍용차 노조의 공장 점거 파업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 계획이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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