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지법 판사들 “申대법관 희생 필요”

  • 입력 2009년 5월 19일 02시 55분


신영철 대법관의 거취 문제를 둘러싼 일선 판사들의 반발이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부산지방법원 판사들이 18일 법원 중회의실에서 회의를 하고 있다. 부산=연합뉴스
신영철 대법관의 거취 문제를 둘러싼 일선 판사들의 반발이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부산지방법원 판사들이 18일 법원 중회의실에서 회의를 하고 있다. 부산=연합뉴스
어제 법원 9곳 판사회의

김용담 법원행정처장은 “이성적으로 판단” 촉구

18일 서울서부지법과 서울가정법원, 의정부지법 등 전국 9곳의 법원에서 판사회의가 열려 신영철 대법관의 재판 개입 논란을 논의했다. 그동안 법관경력 10년 안팎의 단독판사 중심으로 이뤄지던 판사회의는 고등법원과 특수법원 합의부 배석판사들까지 동참하면서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날 9개 법원에서 열린 판사회의에서는 “신 대법관의 행위가 재판권을 명백히 침해한 것”이라는 데 의견이 모아졌으나, 사퇴 촉구 등 신 대법관의 거취 문제는 의견이 엇갈려 명확한 결론을 내놓지 못했다.

부산지법 단독판사 50명은 이날 낮 12시부터 4시간 동안 판사회의를 열고 “신 대법관이 재판상 독립을 침해했다”면서도 거취 문제에 대해선 공통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의정부지법 판사들은 다른 법원 판사들보다 강도가 센 결론을 내놨다. 의정부지법 단독판사 24명은 이날 회의에서 “헌법상 신분이 보장된 법관의 거취 문제를 직접 거론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의견도 상당수 있지만 이번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신 대법관의 용기와 희생이 필요하다”고 스스로 물러나라는 의견을 냈다.

‘막내’ 법관에 속하는 배석판사들까지 참석한 서울가정법원 판사회의에서는 신 대법관의 언행이 법관의 재판권을 명백히 침해했다는 데 다수가 의견을 같이했다. 광주고법 배석판사 9명도 고법 판사들 중 처음으로 회의를 갖고 “신 대법관의 재판 개입 언행은 위법하므로 사법부의 최종심에서 직무를 수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한편 대법원 수뇌부는 판사회의 확산을 우려하며 자제를 요청하는 한편 제도 개선책을 내놨다. 김용담 법원행정처장은 이날 법원 내부통신망에 올린 글을 통해 “판사 한 분 한 분이 여론이나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이성적 합리적으로 판단해 행동하리라 믿고 있다”며 “부디 잘못이 또 다른 잘못을 부르고 그러한 잘못이 모여 우리가 전혀 바라지 않았던 결과를 낳는 일이 없도록 재삼재사 숙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또한 대법원은 이날 ‘배당 주관자가 사무분담의 공평을 고려해 관련 사건을 적절히 배당할 수 있다’는 임의배당 조항을 삭제한 ‘배당 예규 개정안’을 공개했다. 법원장이나 수석부장판사가 의도를 갖고 일부 사건을 특정 재판부에 몰아서 배당한다는 논란을 없애기 위한 조치다. 대신 ‘관련 사건이 접수된 경우 먼저 배당된 사건을 맡은 재판부에 배정할 수 있다’는 조항을 새로 넣었다.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

부산=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의정부=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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