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직 전격 사퇴

  • 입력 2009년 5월 8일 02시 56분


‘돈 심부름’ 정승영 정산CC대표도 사임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구속 기소)이 7일 회장직에서 전격 사퇴했다. 박 회장의 최측근인 정승영 정산컨트리클럽 대표(사진)도 이날 태광실업 계열사의 임원 자리를 대부분 내놔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태광실업은 이날 오전 경남 김해시 안동 회사 강당에서 임직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박용길 회장(61)의 취임식을 가졌다. 과거 부산의 대표적인 신발 기업 중 하나였던 삼화 출신인 박 신임 회장은 20여 년간 태광실업 부회장으로 박연차 회장을 보좌해 왔다. 이로써 박연차 회장은 1971년 정일산업 창업에 이어 1980년 태광실업 설립, 1990년대 중반 베트남과 중국 진출 등 성장을 거듭하며 30년 이상 애정을 쏟았던 신발사업의 경영 일선에서 일단 물러났다. 그의 사퇴와 관련해 재계에서는 “재판을 앞두고 법적, 도의적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등 다각도의 포석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박 회장이 지난해 12월 구속된 이후 태광실업은 박 회장의 맏딸이 전무이사로 취임하면서 경영을 맡아왔다.

박연차 회장의 측근으로 정산컨트리클럽 대표와 휴켐스 이사, 정산장학재단 이사, 베트남 정산비나골프장 부회장 등의 직함을 가졌던 정 씨도 이날 모든 임원 자리에서 사퇴했다. 정산CC와 베트남정산비나골프장 대표이사는 2년 전부터 정산CC 상무로 일해 온 이순형 씨(53)가 맡았다. 정 씨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책임을 지고 자숙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도리라는 생각에 회장님이 사퇴하기로 했으며, (본인도) 참모로서 함께 물러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 씨는 박 회장의 정관계 로비 의혹 수사와 관련해 지난해 말부터 연일 검찰의 소환조사를 받았다. 검찰 조사에서 정 씨는 박 회장의 돈 심부름을 도맡아 하는 등 중요한 ‘조연’ 역할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김해=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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