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구속영장 청구하면 법원 발부할까

  • 입력 2009년 5월 2일 02시 57분


‘증거인멸 우려 있느냐’ 판단에 달려

검찰이 노무현 전 대통령 구속영장을 청구한다면 법원은 어떤 판단을 내릴까.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 기준은 크게 △증거인멸 우려 △도주 우려 △범죄의 소명 △사안의 중대성 등이다. 전직 대통령의 거액 뇌물 수수 혐의 사건인 만큼 ‘중대한 사안’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검찰 수사가 기소가 아닌 영장청구 단계인 점을 감안하면 ‘범죄의 소명’도 어느 정도 이뤄진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견해가 많다. 반면 노 전 대통령이 도주할 우려는 없어 보인다.

그래서 증거 인멸 우려가 있느냐가 노 전 대통령 구속요건 판단의 핵심 기준이 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법원은 범죄의 소명이 있어도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가 없으면 구속영장을 기각하는 사례가 많다.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려면 노 전 대통령이 관련자들과 말맞추기를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는 정황을 제시해 법원에 ‘소명’해야 한다는 얘기다.

법조계에서도 ‘증거 인멸’ 우려 여부가 가장 논란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일각에서는 노 전 대통령의 혐의를 입증하는 가장 결정적인 증거가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구속 기소)의 진술이고, 박 회장이 이미 구속 수감돼 있는 마당에 증거를 인멸할 가능성은 없다는 것이다. 법원의 한 관계자는 “노 전 대통령이 밖에 있다고 해서 검찰이 제시한 기존 자료를 뒤바꿀 만한 행동을 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며 “정상문 전 대통령총무비서관도 구속 수감돼 있는 상황에서 노 전 대통령이 관련자들의 진술에 영향을 줄 만한 행동을 하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이 박 회장의 진술에 대해 “사실이 아닌 얘기를 하고 있다”고 전면 부인하고 있는 만큼 노 전 대통령이 어떤 형식으로든 박 회장의 진술을 뒤엎으려는 넓은 의미에서의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법원 내에서는 전직 대통령이 뇌물을 받았다는 의혹 사건이란 점에서 일반 사건보다 더 엄격한 잣대로 따져봐야 한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이상록 기자 myzod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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