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57세 보컬-26세 베이스 ‘세대초월’ 연주

  • 입력 2009년 4월 21일 02시 57분


인디3명+주민3명 잔다리밴드

23일 홍대앞 ‘나이없는 날’ 공연

20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홍익대 앞 골목길에 있는 지하연습실 ‘리듬플랜트’. 온통 빨간 색깔의 복도를 따라 내려가니 엘비스 프레슬리의 ‘Can't help falling in love’의 리듬이 흘러나왔다. 거친 전자 기타음과 묵직한 베이스 소리는 홍대 앞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인디 밴드의 음악 연주와 다를 바가 없었다.

하지만 이 곡을 연습하고 있는 ‘잔다리밴드’는 인원 구성이 독특한 그룹이다. 한마디로 ‘세대를 초월한 팀’이라고 할까. 건반을 맡은 김정련 씨(여)의 나이는 올해로 60세다. 베이스를 치는 이갈릭 씨(26)와는 무려 34살 차가 난다. 6명의 멤버 중 3명은 50세 이상이고 나머지 3명은 20, 30대 젊은이다. 이들은 어떻게 한 팀이 됐을까.

○ ‘인디’와 ‘실버’ 경계 허문 잔다리밴드

마포구는 지난해 11월 20일 인디밴드의 성지라고 할 수 있는 홍대 앞 일대에서 ‘나이 없는 날(No age day)’ 행사를 열었다. 효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지역주민과 젊은 음악가들은 나이의 벽을 넘어 유쾌한 시간을 보냈다.

마포구는 올해 제2회 ‘나이 없는 날’ 행사를 기획했는데 이번 행사에는 인디밴드와 주민밴드가 합쳐진 팀을 만들어보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30년 넘게 피아노학원을 운영해온 김정련 씨, 교회 성가대 경력 20년의 보컬 차정호 씨(57·여), 서교동 자치회관 기타교실을 운영하는 최준원 씨(54)가 주민을 대표해 멤버로 뽑혔다. 인디밴드 멤버로는 ZY의 드러머 박민호 씨(38), KINO의 리더 김해원 씨(27), 코발트블루의 이갈릭 씨가 나섰다. ‘잔다리밴드’란 이름은 서교동의 옛 이름 ‘세교(細橋)’에서 따왔다.

의기투합한 이들은 이달 2일부터 연습을 시작했고 이날까지 매주 4시간씩 모여 연습을 해왔다. 이들은 23일 홍대 클럽 ‘베라’에서 열리는 제2회 나이 없는 날 축하공연에서 비와 당신, 밤이면 밤마다, Can't help falling in love 등 총 3곡을 선보일 예정이다.

김정련 씨는 “처음엔 잘 따라갈 수 있을까 걱정이 많았는데 아들 같은 친구들이 잘 지도해줘 여기까지 온 것 같다”고 말했다. 팀의 리더를 맡고 있는 박민호 씨는 “어르신들과 음악으로 하나 될 때 희열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며 “처음엔 걱정도 앞섰지만 어르신들의 에너지가 너무 넘쳐서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 23일엔 나이 잊고 놀아보자

23일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열리는 나이 없는 날 행사의 슬로건은 ‘지역주민 아티스트 되는 날’이다. 그동안 인디밴드 등 예술가들의 활동을 지켜보기만 했던 주민들이 이날만큼은 나이와 상관없이 주인공이 될 수 있다.

홍대 앞 곳곳에서는 아티스트들의 퍼포먼스와 거리공연 등이 마련되고 홍대 앞 카페인 ‘창밖을 봐’ ‘미스 홍’ ‘405 키친’ 등에서는 젊은이들의 전유물이었던 펑크룩과 클럽룩, 힙합룩, 공주풍의 옷들을 직접 입어볼 기회도 마련된다. 오후 4시부터 클럽 베라에서 DJ제인의 선곡에 맞춰 ‘나이 없는 댄스파티’가 열린다.

행사를 준비하고 있는 최등모 서교동 주민자치위원장은 “평소 지켜보기만 했던 홍대 문화의 주인공이 된다고 생각하니 행사가 다가올수록 젊어지는 것 같다”며 “이 같은 행사가 서교동뿐 아니라 전국 어디에서나 유행하는 문화로 자리 잡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 참관은 누구나 가능하지만 프로그램 참여는 지역 주민들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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