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로 짓는다더니… 봉하타운 57억중 52억은 ‘朴-姜 자금’

  • 입력 2009년 4월 15일 03시 05분


㈜봉화, 盧측근용 연립 분양안돼 통째 매입

최근 姜회장 검찰조사 받는 도중 대금 치러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사저(私邸)와 비서진의 주거용 연립주택의 공사비용을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과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이 댄 사실이 검찰 수사결과 밝혀졌다.

14일 검찰에 따르면 노 전 대통령은 퇴임 직후인 지난해 3월 박 회장에게서 15억 원을 빌려 이를 사저 공사대금으로 썼다. 노 전 대통령은 박 회장에게 연이율 7%로 돈을 빌리고 이를 올 3월 20일까지 갚겠다는 내용의 차용증을 썼지만 상환만기일이 지난 현재까지 돈을 갚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강 회장이 자신의 회사에서 빼돌린 돈이 봉하마을 공사대금으로 흘러들어간 사실도 대전지검 특수부가 강 회장의 탈세 및 횡령 혐의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확인됐다. 강 회장은 자신이 운영하는 충북 충주시 시그너스 골프장에서 횡령한 돈 가운데 50억 원을 ㈜봉화에 투자했으며, 이 중 일부는 노 전 대통령 사저와 연립주택의 공사를 맡은 건축회사 삼정에 지급됐다.

이 연립주택은 당초 삼정에서 노 전 대통령의 측근들에게 주거용으로 분양하려 했지만 들어오겠다는 사람이 거의 없자 ㈜봉화에서 대신 분양에 나섰다. ㈜봉화는 이후 분양이 여의치 않자 삼정에 37억 원을 주고 땅과 건물을 통째로 사들였다. ㈜봉화는 전용면적이 1층 194.35m², 2층 219.96m²로 가장 넓은 A동과 61.60m²∼113.04m²의 다양한 크기로 지어진 B∼E동 등 5개동 14채로 이루어진 이 연립주택 가운데 일부를 현재 사무실로 사용하고 있다. ㈜봉화는 강 회장이 최근 검찰조사를 받는 도중에 연립주택 매입대금을 치렀다.

즉, 봉하마을 공사비 57억 원 가운데 최소한 52억 원 이상이 노 전 대통령의 후원자인 박 회장과 강 회장의 주머니에서 나온 셈이다. 이는 노 전 대통령 측이 봉하마을 사저 신축비용은 개인 재산과 금융기관 대출금으로 조달했다고 밝혀온 것과 다르다. 2006년 말 윤태영 당시 청와대 대변인은 “사저 신축비용은 노 전 대통령의 개인 재산 6억 원에 추가로 금융기관 대출을 받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노 전 대통령은 퇴임 직후인 지난해 4월 공직자 재산변동내용 공개 때도 사저 신축비용으로 부산은행과 현대캐피탈에서 각각 4억 원과 6700만 원을 대출받았다고 신고했다.

한편 삼정과 특수관계인 삼정기업이 포스코건설에서 시공권을 갖고 있던 부산 수영구 망미2구역 재개발사업의 공사 지분 가운데 20%를 넘겨받은 것이 사저 공사를 좋은 조건으로 해준 데 따른 특혜가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부산시 등 지방자치단체는 지역 경제활성화를 위해 대형 건설사가 해당 지역의 군소업체에 공사의 일부를 넘길 경우 용적률 혜택 등을 주고 있다. 이 경우 지역업체 선정 과정에서 공개입찰을 하는 것이 일반적인데도 포스코건설이 그 같은 절차를 밟지 않은 채 삼정건설을 임의로 선정했으며 재개발조합은 이를 형식적으로 승인했다는 것이다.

삼정 측은 “정부 발주공사도 아닌 민간 재개발사업이고, 공사지분을 넘겨받은 것은 노 전 대통령이 퇴임한 이후인데 특혜를 받았다는 것은 터무니없는 이야기”라고 반박했다. 삼정 측은 “망미2구역은 조합원 간의 다툼으로 소송이 제기돼 지난해 8월 법원에서 조합설립 요건이 갖춰지지 않았다는 판결이 나는 바람에 공사를 시작하기도 전에 무산됐다”고 설명했다.

전성철 기자 dawn@donga.com

김해=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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