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부길, 노건평 부탁받고 ‘박연차 세무조사 무마’ 청탁

  • 입력 2009년 4월 6일 02시 54분


親李핵심의원에 청탁

추씨, 2억받은 직후인 작년9월께

추부길 전 대통령홍보기획비서관(구속)이 지난해 9월 태광실업에 대한 국세청 세무조사 무마 청탁과 함께 박연차 회장 측으로부터 2억 원을 받은 직후 한나라당의 한 친이(親李·친이명박 대통령)계 핵심 의원에게 청탁을 전달한 것으로 5일 알려졌다.

이 의원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지난해 9, 10월경 추 전 비서관이 나에게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을 건드리지 않도록 청와대나 사정기관 쪽에 얘기해 달라고 했으나 그냥 흘려들었다”고 밝혔다. 이 의원에 따르면 당시 추 전 비서관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인) 노건평 씨를 만났는데 노 씨가 ‘패밀리는 서로 건드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박 회장은 우리 패밀리에 속한다’는 식으로 얘기했다”고 전했다는 것.

이 의원의 설명에 따르면 노 씨도 박 회장을 위해 막후 지원에 나선 것. 추 전 비서관은 2007년 대통령선거 과정에서 노 씨를 접촉하는 등 노 씨와 안면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이인규)는 박 회장이 지난해 세무조사를 막기 위해 청와대나 여권 실세 등을 상대로 로비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추 전 비서관 외에 청탁을 받은 또 다른 인사가 있는지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또 검찰은 박 회장이 노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 연철호 씨에게 송금한 500만 달러의 출처와 송금 경위 등을 밝혀내기 위해 본격 수사에 나섰다. 검찰은 조만간 정상문 전 대통령총무비서관 등을 소환조사할 계획이다. ‘박연차 리스트’와 관련해서도 이번 주에 경남 지역의 전현직 지방자치단체장 2, 3명과 전현직 국회의원 등을 줄줄이 소환조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5일 “박 회장의 로비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해외 계좌를 제외한 4700여 개 계좌를 추적했으며, 이 가운데 가족과 회사 임직원 등 명의로 된 차명계좌는 500여 개”라고 공개했다. 또 2003년 이후의 자금 흐름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확인된 돈은 여러 계좌를 드나들어 중복된 것까지 합쳐 모두 3조5000억 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이종훈 기자 taylor55@donga.com

<동영상 보러가기>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