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금호강 지형정보? 우리에게 물어봐”

  • 입력 2009년 3월 24일 06시 33분


“올해는 전반적으로 경제 사정이 어렵지만 진행 중인 사업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고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 이겨내야겠습니다.”

21일 오전 경북 경산시 경북테크노파크 임베디드센터 2202호. 위성영상을 이용한 공간정보기술 분야에서 앞서나가고 있는 ㈜지오씨엔아이 회의실에는 조명희 대표(54·여·경일대 위성정보공학과 교수)와 팀장 6명이 올해 사업 계획에 관한 회의를 하고 있었다.

40여 명의 직원이 근무하는 150m² 크기의 사무실 출입문에는 ‘중소기업청 선정-기술혁신형 중소기업’이라는 명패가 붙어있고 실내 벽에는 산업자원부, 산림청, 특허청, 국토해양부에서 받은 표창장 등이 걸려 있다. 회의실 주변에는 ‘대통령 표창을 축하합니다’라는 깃발이 붙은 화분이 10여 개 놓여 있다. 조 대표는 20일 서울에서 열린 ‘물의 날’ 기념식에서 하천의 정보화에 기여한 공으로 대통령표창을 받았다.

이 회사는 2005∼2007년 경기 안양천 32km의 지형정보를 3차원 입체영상으로 정밀 측정해 주목을 받았다. 지금은 경북 경산∼영천∼대구를 잇는 금호강 69km에 대한 하천지형정보를 구축하고 있다.

토요일은 보통 쉬는 날이지만 이날은 ‘하루가 급해’ 팀장 회의를 소집했다. 회사 설립 6년 만에 ‘성공한 중소기업’이라는 평가를 듣지만 정작 조 대표의 마음에는 걱정이 가득했다.

그는 “적어도 10년 앞을 내다보면서 회사의 방향을 잡고 끊임없이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영역을 찾아야 생존할 수 있기 때문에 잠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다”고 말했다.

지오씨엔아이는 그와 제자 10여 명이 학교 안에 만든 창업동아리가 2003년 기업으로 바뀐 것이다.

그는 올 들어 전문경영체제를 도입했다. 전문가에게 경영을 맡기고 팀 조직을 구성해 회사의 역량을 극대화한다는 것이다. 대신 그는 기술을 현실과 접목하고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프런티어’ 역할을 맡았다.

가령 태양광이나 풍력 발전을 위한 시설이 곳곳에 들어서는 것을 보고 이런 시설이 훗날 흉물이 되지 않도록 공간정보기술을 통해 최적지를 찾는 분야도 그가 개척한 사업 분야.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의 밀림지대에 공간정보기술을 접목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학과 책임 교수로서, 한국지리정보학회장 및 아시아지리정보학회장으로서, 중소기업 경영자로서 그는 중앙정부와 자치단체, 연구기관, 관련 기업 등과 협의를 하느라 집무실은 늘 비어 있다. 그의 머릿속에는 공간기술정보에 관한 고급인력을 양성하는 전문대학원의 설립이라는 꿈도 들어 있다.

사무실 곳곳에는 ‘월드 퍼스트, 월드 베스트, 월드 모스트(World first, World best, World most)’라는 표어가 붙어 있다. 지방의 작은 기업이지만 최고의 기술을 가장 먼저 개발해 세계적인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의지다.

2003년 입사한 김형섭 공간정보사업부장(34)은 “공간정보기술 분야의 가능성은 매우 높기 때문에 직원들이 자부심을 갖고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미래를 꿈꾼다”고 말했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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