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데뷔시절]영화배우 강석우

  • 입력 2000년 12월 4일 19시 37분


1978년 9월쯤으로 기억되는데 당시 영화진흥공사는 처음이자 마지막이 된 ‘제1회 남녀 주연 배우 공고’를 냈었다.

상금 100만원에 운전, 승마, 연기교육을 모두 시켜주며 1년에 두 편 이상의 영화에 주연으로 출연시켜 준다는 조건이었다. 대학 등록금이 30여만원 할 때였으니 100만원은 정말 큰 돈이었다.

당시 대학교 2학년이던 나는 꼭 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솔직히 상금에 혹해 거금인 7500원(지금으로 치면 10만원쯤은 될 것 같다)을 투자해 정면, 측면, 전신 사진을 찍어 보냈다. 1000명 가까이 지원자가 몰렸는데 5차인지 6차인지 까지 심사를 거친 끝에 내가 뽑혔다.

그 때 함께 뽑힌 여배우가 바로 금보라씨다. 또 한명은 김영주였나 싶은데, 그 후 연기 활동을 하지 않아 잘 기억나지 않는다.

주연배우로 뽑히자 마자 이듬해 2월 개봉을 목표로 영화를 찍기 시작했다. 대학생과 대학교수의 사랑이야기를 그린 영화로 제목은 ‘여수’였는데 약속대로 나는 첫작품임에도 주연인 대학생 ‘자효’역이 주어졌다. 나의 상대역으로 나오는 연상의 여인은 윤정희씨였다.

‘여수’는 그 해 흥행 영화 9위인가 10위쯤 올랐으니 데뷔가 비교적 성공적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중간에 누군가 떼어먹어 정작 영화 출연료는 한푼도 받지 못했다. 당시 영화판 분위기는 그랬다.

‘여수’의 스크립터가 바로 곽지균 감독이다. 당시 나는 스물둘, 곽감독은 스물다섯살이었다. 그 때의 인연이 이어져 곽감독의 데뷔작인 ‘겨울나그네’(86년)에 출연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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