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우리학교 공부스타/전과목 60점대→90점대로…

  • 입력 2009년 3월 24일 03시 04분


연극하랴… 공부하랴… 1초도 아껴썼어요

《“제 성적요? 한마디로 ‘지못미(지켜주지 못해 미안해)’였죠. 밑에서부터 등수를 세는 게 더 빨랐으니까요.” 전 과목 평균 60점대 후반. 영어점수는 50점대. 서울 경희여자중학교 3학년 최보미 양(14)이 중학교에 들어와 치른 첫 중간고사의 성적이었다. 1학년 260명 중 중간에도 속하지 못하는 점수. 하지만 최 양은 불과 2년 만에 전 과목 성적을 80∼90점대로 끌어올렸다. 학원을 다니거나 과외를 받은 적도 없었는데 어떻게 가능했을까? 꾸밈없는 성격과 쾌활한 목소리로 상대를 기분 좋게 만드는 장점을 지닌 최 양이 자신만의 공부 노하우를 들려줬다.》

○ 꿈이 생기니 절로 달라졌어요

중1 1학기 중간고사 성적은 최 양에겐 ‘재앙’이었다. 성적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서 한동안 말을 잃었다. 학원에 다니지 않았던 지난날에 대해 난생 처음 후회했다. 특히 영어 성적은 최하위권이었다.

“예상을 전혀 못한 건 아니었어요. 초등학교 시절 내내 공부한 기억이 별로 없거든요. 중학교에 입학했을 때 영어 알파벳과 기초적인 단어 외엔 아는 게 없었으니 말 다했죠.”

최 양은 초등학교 3학년 때 부모의 권유로 종합학원을 다녔으나 잘 적응하지 못했다고 한다. 낯선 아이들, 강사 중심의 수업방식, 반복되는 시험 속에서 숨이 막혔다. 수업을 한두 번 빠지기 시작하다가 결국 부모에게 눈물로 하소연한 끝에 학원을 그만뒀다. 대신 최 양은 “혼자서 충분히 공부할 수 있으니 지켜봐 달라”는 말로 부모를 안심시켰다. 하지만 당시 그의 눈과 귀는 온통 TV 드라마 ‘풀 하우스’에 쏠려 있었다. 배우의 연기를 직접 따라하기도 했고 드라마 전개방식을 놓고 친구들과 열띤 토론을 벌이기도 했다.

TV 드라마를 향한 애정은 중학생이 돼서도 변하지 않았다. 학교 수업이 끝나고 집에 가면 으레 제일 먼저 TV를 켰고 자정을 넘기도록 시청하는 날도 많았다. 2007년에는 의학 드라마 ‘하얀 거탑’ ‘외과의사 봉달희’ 등이 큰 인기를 끌면서 의사를 희망하는 학생이 급격히 늘었다. 최 양도 그 중 하나였다.

“의사가 되려면 공부를 잘 해야 한다”는 얘기에 공부를 시작했지만 방법을 잘 몰라 최 양은 고민에 빠졌다. 공부 비결을 다룬 책을 서점에서 읽고서 정신이 번쩍 났다. ‘학습 계획표를 세워라’ ‘틈틈히 메모하라’ ‘라이벌을 정하라’ 같은 방법을 그대로 따라해 보기로 했다.

○ 내 시간의 주연으로 거듭났어요

먼저 다이어리를 구입해 주간 단위로 학습 계획표를 작성했다. 예전에 잔뜩 계획을 세워놓고 며칠 만에 흐지부지된 경험이 있어 처음부터 무리하게 욕심을 내지 않기로 했다. 하루에 소화할 수 있는 학습량을 꼼꼼히 따져본 뒤 계획을 세웠고 중요한 일정은 별도로 표시했다.

학습 계획표를 쓰기 시작하면서 최 양의 하루생활은 눈에 띄게 달라졌다. 무엇보다 TV를 시청하는 시간이 많이 줄었다. 물론 관심 있는 프로그램이 방영될 때면 ‘오늘은 건너뛰고 다음날 한꺼번에 할까’라는 유혹에 마음이 약해진 적도 있었다. 수시로 만지작거리는 휴대전화의 첫 화면에 떠 있는 ‘공부합시다’라는 문구가 그를 책상으로 이끌었다.

2학년이 되면서 학교에서 운영하는 ‘방과후 학교’ 프로그램 중 ‘교과종합반’을 신청했다. 프로그램은 매일 오후 3시 반부터 4시간 동안 국어, 영어, 수학, 과학, 사회 과목을 번갈아가며 수준별로 지도해주는 방식이었다. 학원을 제쳐두고 택한 이유는 나를 잘 이해하고 있는 학교 선생님이 직접 가르치고 가까운 친구들과 함께 공부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었다.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을 기르기 위해 80분간 진행되는 자율학습에도 참여했다.

선생님들은 수강 학생들이 내용을 제대로 이해할 때까지 몇 번씩 반복해 설명했다. 이뿐만 아니라 과목별 노트필기 요령이나 예습·복습하는 방법을 세심히 알려줬다. 모르는 내용이 있으면 때론 친구들에게 물어가며 최 양은 되도록 그날 배운 내용은 그날 이해하고 넘어갔다. 덕분에 1학기 전 과목 평균점수가 80점대로 껑충 뛰었다.

○ 자신감이 생기면 뭐든 해낼 수 있어요

공부에 탄력이 붙기 시작하자 최 양은 자신보다 성적이 약간 우수한 친구를 한 명 골라 마음속 라이벌로 정했다. ‘다음 시험에서 그 친구를 이긴다’는 목표를 세웠다. 졸음이 쏟아질 때마다 공부하는 친구의 모습을 떠올리며 영어 단어를 외웠고 수학, 과학 문제집을 풀었다. 결과는 대만족이었다. 그 친구보다 높은 점수를 얻었을 뿐 아니라 90점대를 받은 과목이 절반을 넘었다.

중2 때부터 시작한 연극부 활동은 생활의 활력소 역할을 톡톡히 했다. 오디션을 거쳐 당당히 연극부원이 된 최 양은 무대에 서는 일이 마냥 행복했다. 매년 10월 열리는 교내 축제 ‘선황제’에서 공연할 연극을 준비하기 위해 여름방학을 기꺼이 반납했다.

연극에서 1인 2역을 맡아 열연을 펼친 최 양은 관람객들의 뜨거운 환호를 받았다. 연극을 하면서 성격이 한층 밝아졌고 자기 생각과 감정을 전달하는 일이 자연스러워졌다. 덕분에 선후배 사이가 돈독해졌고 친구가 많이 늘어났다. 얼마 전 있었던 학급 회장 선거에선 부회장으로 뽑혔다.

“연극을 한다는 핑계로 공부를 소홀히 한 건 절대 아니에요. 정반대로 잠자는 시간까지 쪼개가며 공부했어요. 하고 싶은 일이 늘어나니 오히려 엄청난 집중력이 발휘된다는 사실이 놀라웠어요.”

최 양은 “연극을 통해 자신감을 얻은 게 가장 큰 수확”이라면서 “학업도 연극부 활동도 게을리 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의 장래 희망은 치과의사가 되는 것이다. “하루하루가 바쁘지만 하고 싶은 일이 많아 즐겁다”고 말하는 최 양의 얼굴에는 어느새 웃음꽃이 피었다.

박은정 기자 ejpark@donga.com

※ ‘우리학교 공부스타’의 주인공을 찾습니다. 중하위권에 머물다가 자신만의 학습 노하우를 통해 상위권으로 도약한 학생들을 추천해 주십시오. 연락처 동아일보 교육법인 ㈜동아이지에듀. 02-362-5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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