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 ‘버려진 애완동물’ 는다

  • 입력 2009년 3월 6일 02시 59분


서울 유기동물 감소세 3년만에 작년 다시 증가

“키우는 비용 부담”… 뉴타운 빈집엔 개만 살기도

“서울의 은평뉴타운 등 재개발 지역을 가보면, 철거된 집에 사료 한 포대와 함께 있는 개가 많이 있습니다. 사람들이 이사를 가면서 버리고 간 개들이죠.”(박소연 동물사랑실천협회 대표·38)

“자취방에서 애지중지 키우던 강아지를 온라인 장터에 내놨습니다. 기숙사에 들어가면서 등록금 부담 때문에 강아지를 팔아야 합니다.”(서울 Y대 김민수 씨·21)

경기 불황이 깊어지면서 버려지는 애완동물이 늘고 있다.

서울시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에서 버려진 애완동물 중 개(강아지) 1만1279마리, 고양이 4161마리, 기타 227마리 등 총 1만 5667마리에 달한다.

버려지는 동물은 2003년 7839마리, 2004년 1만5688마리, 2005년 1만7577마리로 증가한 뒤 2006년부터 1만6106마리, 2007년 1만5373마리로 감소하다 지난해 다시 증가한 것.

서울지역에 버려지는 동물 보호소인 ‘애완동물 사랑방’에 따르면 지난해 1월 822마리이던 동물이 올해는 900마리로 10%가량 늘었다. 사랑방 관계자는 “올해도 버려지는 동물이 2008년보다 10% 이상 늘 것 같다”고 예측했다.

버려지는 동물의 증가는 어려운 경제상황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애완견업계에 따르면 애완견 1마리에 들어가는 비용은 미용비, 사료 값, 예방접종비 등 한 달에 10만 원이 넘는다. 여기에 동물이 병에 걸리면 비용은 더 늘어난다. 애완견이 사상충에 걸릴 경우 1회 치료비는 약 4만 원.

서울지역 자치구들도 버려지는 동물의 증가로 재정 압박을 받고 있다. 용산구청 지역경제과 관계자는 “올해 버려지는 동물 관리비만 1억 원”이라며 “경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구 재정에 부담되는 비용”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버려진 고양이로 인한 피해가 심각하다고 지적한다.

고양이는 동네 곳곳의 쓰레기 봉투를 훼손해 각종 악취를 유발하는데다 울음소리로 사람들의 밤잠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주성일 남산동물병원 원장은 “고양이는 한해에 3, 4회 임신이 가능하며 한 번 임신하면 새끼를 5마리가량 낳을 정도로 번식력이 강하다”며 “버려진 고양이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시민 불편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각 구에서 실시 중인 고양이 불임수술비용은 마리당 10만5000원. 지난해엔 버려진 고양이 4085마리가 불임수술을 받았다.

전승용 동아전문대 애완동물학과 교수는 “‘경제가 안 좋으면 길거리를 배회하는 동물 수가 느는 것도 일종의 경기 지표”라며 “적절한 예방 및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동아일보 편집국 사진부 박영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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