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자율화, 2013학년도 이후 추진”

  • 입력 2009년 2월 13일 23시 19분


교과부-대교협, 중구난방식 논의에 제동…‘정부개입’ 논란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중구난방(衆口難防)식으로 진행되고 있는 대입 자율화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교과부와 대교협은 13일 '대입 자율화 후속조치'를 발표하고 대입 완전 자율화는 2013학년도 이후에 사회적 합의를 거쳐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대교협은 이르면 이달 안에 대학 총장, 시도교육감, 교육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교육협력위원회'를 만들어 선진형 대입 정책을 정착시키겠다고 밝혔다.

▽혼란 있으면 자율화 없다=엄상현 교과부 학술연구정책실장은 "최근 일부 대학이 2012학년도부터 대입 완전 자율화가 추진된다는 잘못된 생각으로 2012학년도 입시안을 발표해서 혼란이 일고 있다"고 후속 조치의 배경을 밝혔다.

연세대와 고려대 등이 2012학년도 입시안을 밝혀서 본고사와 고교 등급제 논란을 일으킨 것을 겨냥한 발언이다.

나아가 2013학년도 이후에도 혼란이 계속된다면 완전 자율화를 허용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대교협이 구성하는 교육협력위원회에는 교과부 직원도 직접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대교협은 대학, 고교 등과 협의를 거쳐 올해 상반기에 전국 주요 대학이 참여하는 가칭 '선진형 대입 전형 확대 공동 선언'을 채택 발표하기로 했다. 공동 선언을 2011학년도 대입 전형 기본사항에 반영해 개별 대학들의 입시에도 적용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엇갈리는 대학 반응=교과부가 대입 자율화 방침에 제동을 걸면서 교육협력협의회에 참여할 움직임까지 보이자 대학들은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대입 자율화를 약속한 지 1년 만에 다시 입시에 간섭하려 한다는 비판, 일부 대학의 신중하지 못한 입시정책이 자율화를 가로막는다는 자성론, 정부 조치 찬성 등 3색의 다른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

연세대 이태규 입학처장은 "교과부가 협의체에 참여한다고 해도 그 목적이나 성격이 확실하지 않은 현재 상황에서 학교 차원의 견해를 표명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을 아꼈다.

하지만 이 처장은 연세대가 대입 자율화 후퇴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일부의 시각에 대해서는 "대학별 고사를 실시하겠다는 뜻이 '본고사 부활'로 와전된 측면이 있다"며 억울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서울대 김경범 입학관리본부 연구교수는 "교과부의 오늘 발표로 기존의 대입 자율화 기조와 일정이 흔들리지 않을 것으로 믿는다"면서도 "원칙상 대입은 대학 자율에 맡겨져야 하는 만큼 교과부의 입시협의체 참여는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교과부가 협의체에 참여하는 것은 문제될 것이 없지만 주도권을 쥐어서는 안 된다는 견제론도 나왔다.

이화여대 채기준 입학처장은 "일부 대학의 '치고 나가기'식 입시안 발표에 정부가 영향을 받은 모양새"라면서도 "다양한 의견이 모이는 협의체이므로 교과부가 참가할 수는 있겠지만 교과부가 주도하거나 통제하는 양상이 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정부의 대입 자율화 제동은 연세대 등 일부 대학이 자초한 것이라고 보는 대학이 적지 않았다.

서강대 김영수 입학처장은 "입시 현안을 논의하는 자리에 교육 부처 관계자가 참여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교과부가 대학들의 무분별한 입시안 발표로 인한 혼란을 고려해 자제를 요청할 수 있는데 이를 두고 '왜 간섭하느냐'고 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우수한 학생을 서울 소재 대학에 뺏겨 어려움을 겪는 지방 국립대들은 정부의 자율화 속도 조절에 공감하는 분위기였다.

전남대 노안영 입학관리본부장은 "서울에 있는 일부 대학이 국민 정서에 반하는 입시 정책을 추진하는 바람에 교과부가 다시 개입하는 것 아니냐"며 "자율화를 하더라도 대교협 차원에서 원칙을 지켜가며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우정열 기자 passi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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