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전 대통령 형제 조사’ 악연

  • 입력 2009년 2월 13일 02시 59분


5년전 ‘남상국 사건’ 담당검사, 이번엔 유족 명예훼손 맡아

노무현 전 대통령과 형 노건평 씨가 5년의 시차를 두고 같은 검사로부터 남상국 전 대우건설 사장 관련 사건의 조사를 차례로 받게 됐다.

지난달 29일 정기인사에서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으로 부임한 이창재(사진) 부장검사는 2004년 특수1부 부부장으로 있을 때 남 전 사장에게서 사장 연임 청탁 대가로 3000만 원을 받은 혐의(변호사법 위반)로 노건평 씨를 기소한 주임검사.

이 부장검사는 당시 노 씨의 처남 민경찬 씨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650억 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했다”고 주장한 데 대해 진위를 확인하다가 남 전 사장이 노 씨에게 인사 청탁을 한 사실을 밝혀냈다.

검찰이 2004년 3월 10일 수사 결과를 발표하자 현직이었던 노 전 대통령은 이튿날 기자회견을 열어 “좋은 학교 나오고 크게 성공한 분이 시골사람에게 머리 조아리고 돈 주고 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고 남 전 사장을 공개 비난했다. 남 전 사장은 같은 날 오후 한강에 뛰어들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5년 뒤인 지난달 19일 남 전 사장의 부인 김선옥 씨 등 유족 8명은 “노건평 씨 쪽에서 먼저 요구해 어쩔 수 없이 3000만 원을 준 것”이라며 노 전 대통령을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고 이 사건은 형사1부가 맡게 됐다.

유족은 “수사결과를 보고받는 위치에 있던 노 전 대통령이 (노 씨가 먼저 돈을 요구한 사실을 알고도) 남 전 사장을 파렴치한 사람으로 매도했다”고 주장했다.

유족이 고소한 사건은 최근 검찰 인사이동으로 남 전 사장 사건의 전말을 잘 알고 있는 이 부장검사의 손으로 넘어가게 됐다.

남 전 사장의 인사 청탁 부분은 5년 전 수사와 재판을 통해 사실관계가 대부분 밝혀졌기 때문에 이번 명예훼손 사건에서는 노 전 대통령이 어떤 취지로 문제의 발언을 했는지가 중요하다.전성철 기자 daw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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