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告示내용, 국민안전 보호의무 크게 위반 안해”

  • 입력 2008년 12월 27일 02시 59분


26일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에서 이강국 헌재 소장(가운데) 등 전원재판부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고시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 결정을 선고하고 있다. 헌재 재판부는 “이 고시가 완벽하지는 않지만 국민의 안전을 보호하려는 조치의 하나”라며 재판관 9명 중 5명의 다수 의견으로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결정을 내렸다. 김재명 기자
26일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에서 이강국 헌재 소장(가운데) 등 전원재판부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고시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 결정을 선고하고 있다. 헌재 재판부는 “이 고시가 완벽하지는 않지만 국민의 안전을 보호하려는 조치의 하나”라며 재판관 9명 중 5명의 다수 의견으로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결정을 내렸다. 김재명 기자
헌재 ‘쇠고기 고시 헌소’ 기각 배경

재판부 “美쇠고기 국제기준에 큰 문제점 없어”

각하의견 3명 “고시, 기본권 침해 가능성 없어”

헌법재판소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고시에 대해 26일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은 이 고시가 완벽하지는 않지만 국민의 안전을 보호하려는 조치의 하나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헌재는 올해 5월 말부터 들어온 수입위생조건 고시에 대한 3건의 헌법소원에 대해 6개월간 2700여 쪽의 기록을 검토했고, 이날 재판관 9명 중 5명의 다수 의견으로 기각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우선 미국산 쇠고기에 대해 국제적 기준상 큰 문제점이 발견되지 않고 있다고 전제했다. 재판부는 “최근 들어 미국에서 소해면상뇌증, 이른바 광우병이 추가로 발병되지 않았다”며 “광우병에 대한 미국의 위험 통제 조치에도 특별한 문제점이 발견된 적이 없다”고 판단했다.

이런 전제 아래 헌재는 정부의 수입위생조건 고시가 광우병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할 최소한의 조치는 된다고 보았다.

재판부는 “수입위생조건 고시는 광우병 감염 우려가 있는 미국산 쇠고기의 국내 유입을 막기 위한 여러 보호조치를 마련하고 있다”며 “이 고시를 보완하기 위해 가축전염병 예방법이 개정된 데다 검역 지침과 원산지표시제 등이 시행된 것을 볼 때 완벽하지는 않지만 (정부가) 국민의 안전을 보호할 의무를 어느 정도 이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헌재는 국가가 국민을 보호할 의무를 다했는지 헌법적으로 심사할 때에는 적절하고 효율적인 최소한의 조치가 취해졌는지를 따지는 ‘과소보호 금지 원칙’이 기준이 된다고 덧붙였다.

반면 송두환 재판관은 “특별한 사정 변경 없이 개정 전보다 수입위생조건을 완화시킴으로써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위험 방지 조치를 현저히 낮췄다”며 “이번 고시는 국가의 기본권 보호 의무에서 벗어나 기본권을 침해했다”고 홀로 위헌 의견을 냈다.

이번 헌재 결정에서 또 하나의 쟁점은 이번 헌법소원이 심판의 대상이 되느냐였다.

헌법소원의 심판 대상이 안 된다며 각하 의견을 낸 3명의 재판관은 “이번 고시가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없다”고 밝혔다.

이공현, 조대현 재판관은 “현재까지 과학기술 지식수준에서 볼 때 미국산 쇠고기 수입으로 인해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위험 상황이 드러나지 않아 기본권 침해 가능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조대현 재판관은 “설사 이번 고시가 광우병 위험성을 예방하기에 충분하지 않더라도 미국산 쇠고기를 소비하는 소비자들에 한해 위험성이 노출되는 것”이라며 “청구인들이 직접 기본권을 침해받는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번 결정에 대해 농림수산식품부는 “헌재의 현명한 판단을 존중한다”는 짤막한 논평을 냈고, 바른사회시민회의 등 보수단체는 “고시에 대한 논쟁은 이것으로 끝내고 미국산 쇠고기를 어떻게 관리해야 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자”고 밝혔다.

반면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집회를 주도한 광우병국민대책회의 측은 “이번 결정으로 국민의 기본권이 유린당하게 됐고 이런 상황에 눈을 감는 것은 헌재가 제 몫을 하지 못한다는 뜻”이라고 비판했다.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


▲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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