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우리학교 공부스타/수원시 세류중 2년 김준호 군

  • 입력 2008년 12월 23일 03시 07분


“학교-학원-자습 ‘공부의 숨은 황금비율’을 찾아냈어요”

상위권과 최상위권은 ‘한 끗’ 차이다. 그러나 그 작은 차이를 극복하는 것은 쉽지 않다. 주변에서 방법을 알려줘도 스스로 체감하지 못하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김준호(경기 수원시 세류중2·사진) 군도 그 차이를 알지 못해 늘 상위권에 그쳤었다. 그러다 지난해 12월 어느 날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는 듯한 경험을 했다. 그날은 기말고사도 끝나고 진도도 모두 나간 터라 수업 시간에 코미디 영화를 보게 됐다. 김 군을 포함한 반 친구들은 모두들 깔깔거리며 영화를 봤지만, 옆자리에 앉은 전교 1등 친구만은 달랐다. 그 친구는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혼자서 수학문제를 풀고 있었다. ‘얘가 공부에 미쳤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팽팽한 긴장감이 느껴졌다.

김 군은 그때 처음 상위권과 최상위권의 차이를 알게 됐다. ‘최상위권은 주변 분위기에 개의치 않고 스스로 공부한다’는 간단한 깨달음이었지만 김 군에게는 큰 변화가 일어났다. 먼저 ‘학교-학원-자습’을 공부의 삼각형 구도라 생각하고 어느 한 쪽도 소홀히 하지 않게 됐다. 다음으로 자신에게 맞는 공부법을 스스로 고민하며 찾기 시작했다. 마음가짐이 달라지니 성적도 달라졌다. 2학년이 되고 전 과목 평균이 90∼95점에서 98∼99점으로 올라 늘 부러워하던 전교 최상위권에 오르게 된 것이다.

○‘학교, 학원, 자습’ 공부의 3박자를 맞춰라

김 군은 일단 전교 5등 안에 드는 친구들에게 어떻게 해야 공부를 잘할 수 있는지 물었다. 최상위권 학생들은 ‘대체 뭘 먹고 살기에’ 공부를 그렇게 잘하는지 궁금해서 참을 수가 없었다.

친구들의 대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학교 수업 시간에 집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내신 시험 문제는 수업 시간에만 충실해도 그 안에서 다 나온다는 게 이유였다. 김 군은 일단 수업 시간에 친구들과 장난을 치거나 수다를 떨던 습관을 버렸다. 어쩌다 장난을 거는 친구들이 있어도 1분 정도만 같이 놀고 다시 수업에 집중하려고 노력했다. 활발한 성격 탓에 쉽지는 않았지만 친구들이 상처를 받지 않도록 말로 적당히 달랬다.

자신의 수준에 잘 맞고 커리큘럼이 체계적인 학원도 찾아냈다. 친구들에게 수소문한 여러 학원을 놓고 비교해본 다음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학원 종합반에 등록했다. 예전에 다니던 학원이 걸어서 다닐 만한 동네 학원이었다면 새로 등록한 대형학원은 차로 15분은 가야 하는 거리였다. 김 군은 “대형학원 종합반은 학생관리가 잘 되고 경험 많은 강사들이 내신 출제방향을 짚어주는 등 장점이 많았다”고 평했다. 동네학원을 다닐 때는 한두 달 정도 다니다 끊고 다니다 끊고 하던 김 군도 올 한 해는 꾸준히 같은 학원에 다녔다.

혼자 공부하는 시간도 늘렸다. 하루 한 시간도 안 하던 자습을 요즘에는 하루 2∼5시간씩 하고 있다. 집에서 혼자 공부를 할 때는 주로 수학, 과학 심화학습이나 영어, 중국어 등 외국어 공부를 하는 편이다. 수학, 과학은 반드시 학원에서 푸는 것과 다른 문제집을 사서 풀되, 학원 진도에 맞춰서 개념 정리는 생략하고 바로 문제 풀이에 들어간다. 틀린 것은 학교나 학원에 가서 물어보기도 하지만 ‘될 때까지 죽어라고’ 풀어 본다. “너무 쉽게 질문을 하면 자기 것이 안 되기 때문”이다. 영어, 중국어 공부는 단어 외우기에 초점을 맞춘다. 하루에 30∼50개의 단어를 A4용지에 쓰고 말하면서 외운다(사진 참고).

○ 실험을 통해 새로운 공부법을 찾아라

김 군은 시험 볼 때마다 주요과목보다 암기과목에서 항상 많이 틀리곤 했었다. 최상위권으로 오르려면 이런 약점을 극복할 필요가 있었다. 김 군은 자신에게 맞는 암기과목 공부법을 찾을 때까지 중학교 2학년 내내 실험을 계속했다.

첫 번째 실험의 주제는 ‘시험 몇 주 전부터 암기과목을 공부해야 가장 능률이 오를까’라는 것이었다. 실험을 위해 ‘1학기 중간고사는 4주 전, 1학기 기말고사는 3주 전, 2학기 중간고사는 2주 전’처럼 기간을 정해 놓고 자신에게 맞는 공부기간을 찾았다. 실험 결과, 시험 3주 전에 공부를 시작해야 주요 과목을 먼저 공부하고 암기과목을 한 번 정리할 수 있는 데다 시험 때도 기억이 잘 난다는 것을 알게 됐다.

두 번째 실험의 주제는 ‘암기과목을 어떻게 외워야 오래 기억에 남을까’라는 것. 여러 번의 시행착오 결과 김 군은 암기과목 교과서나 노트를 ‘스캐닝’하듯이 통째로 외워버리는 방법을 찾아냈다.

이 방법을 쓰려면 2단계를 거쳐야 한다. 1단계는 교과서나 노트의 시험 범위를 스프링 노트에 그대로 쓰면서 외우는 것이다. 다 외워질 때까지 같은 내용을 계속 쓰는 거라 5∼30번은 써봐야 한다. 처음에 쓸 때는 교과서나 노트의 내용을 토씨 하나 안 틀리고 똑같이 베껴 쓰지만, 몇 번 반복되면 점점 내용이 이해되어 자신의 언어로 풀어쓰게 된다. 시험 때마다 스프링 노트 두 권이 너덜너덜하고 새카맣게 될 정도로 닳아버린다.

2단계는 자신이 교사가 되었다고 생각하고 학생에게 가르치듯 설명해보는 것이다. 김 군은 “가르치는 일은 내가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어야 가능한 것이라 설명하다 막힐 때마다 그 부분을 다시 공부하고 설명하게 된다”고 말했다.

김 군은 이렇게 암기과목을 한 과목씩 끝내고 시험 전날 다시 훑어보는 식으로 공부했다. 덕분에 암기과목은 거의 틀리는 일이 없게 됐다. 요즘에는 시험문제만 봐도 ‘여기에 관련된 내용이 교과서 어디쯤, 어떤 그래프와 같이 나와 있었지’처럼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진다.

성적이 오르고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김 군을 대하는 학교 교사들의 태도다. 예전에는 수업시간에 자거나 장난도 쳐도 크게 꾸짖지 않았는데, 요즘에는 피곤해서 졸아도 ‘일어나서 공부하라’고 깨우고 장난을 치면 크게 벌을 주기도 한다. 그러나 김 군은 이렇게 달라진 교사들의 ‘대우’가 그저 반갑기만 하다. 자립형사립고나 외국어고를 목표로 하는 김 군은 교사들의 이런 채찍질이 자신에게 ‘플러스 요인’이 될 거라고 믿고 있다.

최세미 기자 luckyse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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