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노 게이트’ 수사 새 국면… 종착지는 정관계 로비 의혹?

  • 입력 2008년 12월 13일 02시 58분


“착잡합니다”12일 오후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에서 서울구치소로 떠나기 전 취재진에게 둘러싸여 질문을 받고 있다. 박 회장은 또렷한 목소리로 “착잡하다”고 말했다. 김재명  기자
“착잡합니다”
12일 오후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에서 서울구치소로 떠나기 전 취재진에게 둘러싸여 질문을 받고 있다. 박 회장은 또렷한 목소리로 “착잡하다”고 말했다. 김재명 기자
朴씨 “로비, 여기에서 인정할 사안 아니다”

검찰 “진술 시작되면 오래 걸리지 않을것”

뇌물혐의는 부인… 치열한 법정공방 예고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12일 구속 수감되면서 이른바 ‘친노 게이트’ 수사가 또 다른 분수령을 넘어 종착점을 향하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 노건평 씨 구속에 이어 박 회장 구속까지 빠르게 진행돼 온 검찰 수사는 이제 ‘정관계 로비 의혹’ 수사라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박 회장 구속 수감=박 회장은 이날 오후 8시경 구속 수감되기 직전 로비 의혹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모호한 답변을 남겼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에서 서울구치소로 떠나기 전에 취재진이 심경을 묻자 또렷한 목소리로 “착잡하다”고 말했다.

이어 ‘정관계 로비 리스트’에 대해 묻자 박 회장은 “그런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그러나 ‘로비를 했느냐’는 질문에는 “이 자리에서 인정할 사안이 아니다”라며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박 회장은 “조세포탈은 인정한다”고 말한 반면 정대근 전 농협중앙회 회장에게 20억 원의 뇌물을 건넨 혐의에 대해선 “뇌물은 없다. 말씀드리기 어렵지만 법정에서 단계적으로 이야기하겠다”고 답해 법정에서의 치열한 공방을 예상하게 했다.

세종증권과 휴켐스 미공개 정보 이용 시세차익 의혹에 대해서도 “그런 것(미공개 정보) 없다”고 말했다.

앞서 박 회장은 이날 오후 3시부터 4시 45분경까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았다. 피의자 심문에는 박 회장 측에서 무려 7명의 변호사가 출석했다.

▽로비 수사로 번질까=최재경 대검 중수부 수사기획관은 12일 “검찰 본연의 임무는 부패척결이다. 진술과 계좌추적 등 수사 단서가 포착된다면 수사하는 것이 검찰의 직분이고 당연히 수사를 할 거다. 그런데 현재까지는 그런 사항이 없다”고 말했다.

그동안 일관되게 “이번 수사는 로비 수사가 아니다”라고 강조해 온 것에 비춰 보면 ‘단서가 포착된다면 수사한다’는 쪽으로 태도가 다소 바뀐 것이다.

정관계 로비 수사는 결국 박 회장이 입을 열 것인지가 관건이다. 검찰은 일단 박 회장을 구속한 뒤 그동안 확보한 수사 단서 등을 토대로 본격적인 조사를 벌일 계획이다.

그러나 검찰 안팎에서는 박 회장처럼 자수성가한 기업인의 경우 ‘의리’를 중시하는 특성이 있어 불법 정치자금 제공 의혹과 관련한 검찰 수사 자료를 두고도 일체의 의혹을 부인할 가능성이 높아 수사가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박 회장 구속 이후 검찰의 수사 전략이 중요하다”며 “일단 진술하기 시작하면 시간은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속영장의 박 회장 혐의=구속영장에 담긴 박 회장의 혐의는 조세포탈과 뇌물공여 두 가지다.

조세포탈 혐의는 우선 조세피난처인 홍콩에 세운 APC라는 현지 법인을 통한 가장거래로 종합소득세 243억 원을 포탈한 것이다. 검찰은 박 회장이 중국 및 베트남의 태광실업 현지법인이 원자재 납품 전문 업체인 태진과 원자재 거래를 직접 했는데도, APC가 원자재를 구입해 해외 현지법인에 판매하는 것처럼 거래를 조작했다고 밝혔다.

박 회장은 APC 지분을 가진 미국 국적의 차명 주주가 배당을 받는 것처럼 꾸며 2002년 10월∼2005년 10월 685억 원의 배당소득을 올렸으나 이를 신고하지 않았다.

또한 세종증권과 휴켐스 주식을 부인과 정모 씨 명의로 차명 매매해 205억여 원의 시세차익을 얻은 데 따른 양도소득세 47억2600여만 원을 포탈했다는 것이다.

뇌물공여 혐의는 2006년 2월 중순경 서울 시내 한 호텔의 객실에서 정대근 당시 농협중앙회 회장을 만나 “유리한 조건으로 휴켐스를 인수할 수 있게 해달라”면서 20억 원을 건넸다는 것이다. 이때 박 회장은 100만 원짜리 수표로 2000장을 줬다고 검찰은 밝혔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

친노게이트 검찰 수사 일지

△2008년 7월 국세청, 태광실업 및 정산개발

세무조사 착수

△8월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 휴켐스 헐값매각

의혹 내사 착수

△9월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세종증권 매각

비리 등 내사 착수

△9월 국세청,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탈세 혐의 포착하고 출국금지

조치

△11월 19일 대검 중수부, 세종캐피탈 사무실 압수수색하고 김형진

세종캐피탈 회장 체포

△11월 23일 홍기옥 세종캐피탈 대표 구속

△11월 24일 정화삼 씨 형제 구속

△11월 28일 대검 중수부, 박 회장 자택과 태광실업 정산개발 휴켐스

사무실 등 압수수색

△12월 2일 농협중앙회와 NH투자증권 압수수색

△12월 4일 노건평 씨 구속

△12월 9일 노건평 씨 회사인 경남 김해시 정원토건 사무실 압수수색

△12월 12일 박연차 회장 구속


▲동아닷컴 신세기 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