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얼굴’의 박연차

  • 입력 2008년 12월 13일 02시 58분


수완 뛰어난 기업인… 마약 범죄경력자… 수십억 기부 사회사업가

자수성가한 뒤 매년 수십억 원을 들여 사회공헌 활동을 하는 호방한 사회사업가, 뛰어난 경영 수완을 가진 성공한 기업인, 마약 등의 혐의로 구속된 적이 있는 범죄 경력자.

12일 구속된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 대해선 보는 사람마다 평가가 다르다. 그래서 ‘세 얼굴을 가진 인물’로 불리기도 한다.

경남 김해 등지의 이공계 학생들 사이에서는 박 회장을 은인으로 생각하는 이가 많다. 박 회장은 2000년 67억 원으로 자신의 호를 딴 ‘정산장학재단’을 설립해 지난해까지 585명에게 10억 원 이상의 장학금을 지원했다.

‘김해장학재단’에 5억 원 출연, 동아대와 경남대 등에 발전기금으로 17억4000만 원 기부, 67억 원을 들여 지은 노인복지회관을 김해시에 기증, 동남아 지진해일(쓰나미) 피해복구 지원금으로 적십자사에 1억 원을 기부하는 등 박 회장의 기부활동은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다.

일상에서의 호방한 씀씀이도 유명하다. 박 회장은 20여 년 전 경영에 어려움을 겪던 장래성 있는 기업인에게 아무런 조건 없이 5000만 원을 건넨 적이 있다. 현재 가치로 따지면 10억 원 정도에 해당되는 금액이었다.

그러나 박 회장은 수사 당국에는 그리 좋지 않은 기억을 남겨 왔다. 1990년 2월 당시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재벌 2세 등 기업인과 유명 연예인의 거액 히로뽕 성매매’ 사건에 연루된 적이 있기 때문이다. 박 회장은 부산과 일본의 호텔 등지에서 여자 연예인들과 함께 히로뽕을 흡입한 혐의로 수배됐다가 검거돼 구속됐다.

한편 박 회장은 재계에서 뛰어난 경영인으로 평가받는다. 그는 1971년 경남 김해에 세운 신발제조 회사 태광실업㈜(당시 정일산업)을 한 해에 나이키 러닝화 1740만 켤레를 생산해 3500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세계 최대 나이키 러닝화 주문 생산 업체로 키웠다. 그는 중국과 베트남에 법인을 설립해 현지에만 2만9000여 명의 종업원을 고용하고 있으며 직원들에 대한 교육지원과 복지는 해당 국가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높은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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