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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0월 6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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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수험생 4만60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제 대학수학능력시험과 9월 모의평가 점수의 상관관계를 조사한 적이 있다. 실전에서 9월보다 평균 0.5등급 이상 향상됐다는 학생은 상위권(평균 3등급 미만)은 10.2%, 중위권(평균 3등급 이상 6등급 미만)은 18% 정도였다. 요컨대 9월 모의평가 때보다 수능 등급이 평균 0.5등급 이상 향상된 수험생이 14.1%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 수능 대비의 난적, 불안감과 초조함
이런 통계는 수능을 30여 일 앞둔 수험생들의 맥을 빠지게 하는 결과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생각해보면 희망을 주는 통계일 수도 있다. 정말 열심히 하는 소수가 된다면 등급 상승이라는 달콤한 열매를 쟁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9월 모의평가 이후 주변을 살펴보면 정말 열심히 공부하는 수험생은 그렇게 많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노래방, PC방을 전전하는 학생부터 수능 걱정에 두통, 배탈 등 각종 스트레스로 공부에 집중하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여기에 수시 지원에 신경 쓰느라 흘려 보낸 시간까지 헤아려 보면 지난 9월 한 달 동안 ‘내가 이렇게 공부한 것이 없나’라며 놀라는 학생이 적지 않다.
공부에 열중해야 할 시기에 방황하는 학생이 왜 이리 많을까? 이들과 상담해보면 수능시험이 다가올수록 불안감과 초조함 때문에 공부에 집중하기 힘들다고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은 있지만 실천하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을 바라보고 있을 수밖에 없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지 않다. 심리적 불안감을 떨치기 힘든 것은 원인을 찾을 수 없어서가 아니라 그 원인이 복합적이고 단순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신의 행동습관과 결점들을 고치려는 다양한 노력을 통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
○ 잠재의식 속 두려움에 맞서야
심리적인 불안감을 줄이는 대표적인 방법으로 오답노트 활용을 들 수 있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말처럼, 우리는 과거의 실수나 실패의 경험이 준 상처 때문에 계속해서 고통 받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과거 수리 영역 확률 단원에서 출제된 문제 때문에 고생한 경험이 있는 학생은 이후 확률 단원 학습을 많이 해도, 시험장 같은 극도의 긴장 상태에서는 확률 문제를 보면 당황해 다른 문제의 풀이까지 영향을 받는 경우가 많다.
바로 여기 오답노트 활용의 중요성이 있다. 오답노트에 담긴 내용은 잠재의식 속의 두려움과 불안의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 오답노트를 ‘이 문제는 이렇게 풀어’ 정도가 아니라 ‘이 문제는 이렇게 대비했기 때문에 다음엔 절대 틀리지 않아’라고 자신을 설득하는 도구로 활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육체적 단련도 필요하다. 실전 수능일과 같은 시간조건으로 학습계획을 세워 몸을 적응시키는 것이다. 특히 언어나 외국어 영역에서 시간 부족을 호소하는 학생들은 이런 습관을 들임으로써 정해진 시간에 문제를 해결하는 자신의 모습에서 잃었던 자신감을 되찾을 수도 있다. 심호흡, 기지개 등 집중력 회복을 위한 시도가 때로는 도움이 되기도 한다. 어려운 문제를 만나면 심호흡을 크게 한번 하고 난 다음 문제를 푸는 습관을 들여 보자.
수능 당일 예상 가능한 상황들을 정리해서 이에 대한 심리적 대비책을 상세히 준비해 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감독관이 내 옆에 오래 머무른다면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 같은 시험장 상황이나, ‘문제가 이렇게 나오면 나는 이렇게 풀 것이다’처럼 자신의 행동 요령을 미리 정리해보는 식이다. 발생 가능한 문제 상황에 대해 자신이 충분히 준비돼 있음을 스스로에게 설득시키는 노력이라고 볼 수도 있다.
성공은 도전하고 노력하는 ‘나’가 두렵고 좌절해 도망치려는 ‘나’를 이겼을 때 맛볼 수 있는 과실이다. 지금은 막연히 ‘잘 될거야’라는 생각에 그치지 않고 불안감 극복을 위한 다양한 시도가 필요한 시기이다. ‘난 이렇게 준비했기 때문에, 잘될 수밖에 없어’라고 내 안의 ‘나’를 설득한다면, 진정한 자신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김형중 청솔학원 총괄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