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梨大가 오긴 오나요?”

  • 입력 2008년 9월 25일 02시 55분


파주 캠퍼스 건립, 토지보상 걸려 난항

행정개혁 표본 삼던 초특급 인허가 무색

땅주인 70여명 보상중지-사업취소 소송

대다수 주민 “지역 발전 위해선 건립돼야”

“명문 대학이 들어온다는데, 굳이 소송까지 내면서 반대하는 건 심하죠.”

“우리도 이화여대 유치를 환영하지만 땅 주인들을 무시하는 것 같아 소송을 냈어요.”

15개월 걸리던 인허가 절차가 단 2시간여 만에 끝나 행정 개혁의 표본으로 평가받은 경기 파주시의 이화여대 유치 사업이 주민들의 환영을 받으면서도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새 캠퍼스 예정 용지에 포함된 땅 주인 70여 명이 보상을 중지하라는 가처분 신청을 내 법원이 지난달 이를 받아들인 데다 사업승인을 취소하라는 소송까지 내 사업이 한 치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 “명문대학 온다고 해서 좋았는데…”

22일 오후 이화여대가 들어설 예정인 파주시 월롱면 영태리 ‘캠프 에드워드’ 일대에는 한때 걸려 있던 ‘이대 유치 환영’ 현수막을 찾아볼 수 없었다.

논일을 하던 70대 농부는 “명문 대학이 들어온다고 해서 좋았는데, 소송 때문에 보상도 안 되고 있다니 걱정”이라며 “재판 결과가 어떻게 될 것 같으냐. 이화여대가 들어오긴 들어오느냐”라고 반문했다.

주변 상인들도 걱정스럽긴 마찬가지였다.

이화여대가 들어온다고 발표된 이후 주변 땅값이 뛰고 점포 임차료도 올랐지만 캠퍼스 건립은 제동이 걸렸고 당장 손님이 늘어난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약사 A 씨는 “이화여대가 들어와도 내 수입이 크게 늘지는 않겠지만 지역 발전에 도움이 될 테니 빨리 들어왔으면 좋겠다”며 “영리사업도 아닌 육영사업인 만큼 땅 주인들이 양보해 지역주민의 염원인 대학 유치에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소송으로 주민들은 불안

이화여대가 추진하는 파주캠퍼스 면적은 공여지인 캠프 에드워드와 국유지 및 사유지를 포함해 85만 m²다. 사업승인 취소 소송을 낸 땅 주인 70여 명은 “이화여대가 서울의 신촌 캠퍼스보다 훨씬 넓은 면적을 확보하려는 것으로 볼 때 부동산 투기 의혹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일부 땅 주인은 높은 세율이 적용돼 보상에 따른 양도차익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는 점에서 사업에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파주시와 이화여대 측은 “교육 및 연구시설과 외국인 단지, 체육시설 등 국제화 시대에 걸맞은 규모로 짓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면적”이라며 “혐오시설도 아닌 명문 대학 유치에 발목을 잡는 것은 지나친 이기주의”라고 반박했다.

이 지역에서 대대로 살아왔다는 40대의 한 토박이 주민은 “명문 대학이 이곳으로 온다고 해서 무척 기뻤는데 소송으로 이어져 일이 잘못되는 것 아닌가 불안하다”며 “주민 대부분은 재판이 잘 끝나 빨리 이화여대 캠퍼스가 건설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류화선 파주시장은 “사업이 무산되면 이화여대 예정 용지는 다시 농림지역으로 묶이고 군사동의도 취소돼 개발이 불가능한 땅이 되고 만다”며 “최대한 빨리 소송을 마무리해 예정대로 내년에 공사에 들어가 2010년 개교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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